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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벡, 꼼수 CB 발행에 ‘눈살’…채권자만 챙기는 상장사들
CB·BW 상환 위해 동일 채권자에 CB발행…낮아진 전환가에 '오버행' 우려
입력 : 2022-11-2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펩타이드 기반 융합 바이오기업 나이벡(138610)이 채무상환을 위한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기존에 발행했던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돌려막겠다는 의미인데, 차입금 상환의 책임을 소액주주들에게 떠넘기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부진으로 채무상환을 위한 자금조달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향후 '오버행' 이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나이벡은 지난 22일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25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이중 200억원은 기존에 발행한 6회차 CB(100억원)와 7회차 BW(100억원)의 상환금이며, 5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나이벡의 CB와 BW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지자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다만, 이번 CB발행을 두고 일각에선 기존 사채권자들의 투자금 보전을 위해 발행된 ‘꼼수’ CB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리픽싱’(전환가액조정) 한도까지 내려간 CB·BW의 전환가액을 추가로 낮춰 채권자들의 수익성을 보존해줬다는 해석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번 CB 발행에는 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브이원PE, 엠제이투자자문, 오라이언자산운용,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2년전 CB와 BW발행에 투자했던 기관투자자 대대수가 참여했다. 사채권자들의 경우 기존 CB와 BW를 상환하고 새로운 CB에 재투자를 하는 셈이다.
 
문제는 CB를 돌려막기는 하는 과정에서 사채권자들의 전환가액이 급격히 낮아져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가 커졌다는 점이다. 앞서 나이벡이 200억원 규모의 CB·BW를 발행했던 시기는 지난 2020년 12월로 당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던 시기다. 당시 발행했던 CB·BW의 전환가액은 4만781원으로 리픽싱 한도(최초 전환가의 70%)는 2만8546원이었다. 전일 종가기준 나이벡의 주가는 1만9150원으로 이미 리픽싱 한도를 한참 밑돌고 있다.
 
이번에 발행된 250억원 규모 CB는 최근 주가를 반영해 전환가액 2만1175원, 리픽싱 한도는 1만4823원으로 결정됐다. 최저 리픽싱 기준 전환가액이 2년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 이에 따라 향후 전환가능한 주식수량은 70만624주에서 최대 168만6568주로 140.72% 급증했다. 이는 나이벡 발행주식총수(995만7479주)의 16.94%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CB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발행주식 수량증가에 따른 기존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상장사와 채권자들은 아무런 피해가 없다. 나이벡은 기존채권자의 도움으로 조기에 채무를 상환해 재무리스크를 해소했고, 사채권자들은 리스크를 대폭 줄이면서 더욱 좋은 조건으로 재투자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내증시 부진이 길어지면서 이처럼 상장사 채무상환을 위해 채권자들이 직접 나서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앞서 채무상환을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한 코이즈(121850)토니모리(214420), 에코캡(128540), 체리부로(066360), 티웨이항공(091810) 등이 대표적 사례다. 브릿지론이나 차입금을 빌려준 증권사가 채무관계에 있는 상장사의 유증 주관사로 참여해 유증 이후 빌려준 돈을 받는 식이다. 증권사 입장에선 채무불이행 리스크를 줄이면서 주관사 참여를 통해 유증 관련 각종 수수료까지 챙길 수 있는 구조다.
 
앞서 지난 6월 에코캡이 신한투자증권로부터 빌린 브릿지론(단기대여)를 갚기위해 신한투자증권을 통해 유증을 진행했으며, 코이즈는 KB증권을 유증 주관사로 선정해 유증 후 KB증권으로부터 받은 브릿지론을 상환했다. 토니모리와 티웨이항공은 각각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으로부터 받은 차입금 상환을 위해 채권사인 증권사를 통해 유증을 진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채무상환을 위한 유증과 CB발행 등은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CB발행이나 유증을 무분별하게 발행하는 기업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증이나 CB발행 등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면서도 “시설투자 등에 자금이 들어간다면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채무상환을 위한 자금조달은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증과 CB발행 모두 기존주주의 지분가치를 과도하게 희석할 수 있는 만큼, 채무상환을 위한 자금조달은 자칫 회사의 빚을 기존 주주와 일반에 떠넘기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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