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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모순'이 가진 이중사고
입력 : 2022-11-27 오전 6:00:00
동시에 참일 수도 없고 거짓일 수도 없는 사이의 관계를 우린 '모순'이라고 말한다. 어떤 하나가 참일 때 반드시 다른 쪽은 거짓이고 또 어떤 하나가 거짓일 때 반드시 다른 하나는 참인 관계다.
 
결국 참일 수도 거짓일 수도 없는 앞뒤가 맞지 않은 상황을 일컫는다. 이치상 어긋나는 모순을 말할 때 중국 초나라의 상인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창과 방패를 팔러 나간 상인이 말하길 '이 방패는 아주 견고해 어떤 창도 막아낼 수 있습니다', '이 칼은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습니다'라는 창과 방패 얘기는 한비자에 나오는 유명 고사다.
 
모순에 대한 사려분별력은 정상적인 일반인이라면 이해력, 판단력으로 형성된 '상식'을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의식저변의 사고방식에 추악한 민낯이 투영될 경우 모순 관계에 참인지 거짓인지가 중요치 않은 이중성이 드러난다.
 
모순 관계의 이중성을 말할 때 일본 의식저변의 공통적 습성을 논하곤 한다. 
 
테가트머피가 펴낸 일본의 굴레를 보면, 모순이 현실이 되고 진실로 둔갑되는 모순 관계의 이중성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수많은 모순과 간극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닌 수천 년간의 역사를 통해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말한다.
 
문제는 일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모순덩어리가 정치, 경제, 문화, 이념, 종교, 교육 등 모든 곳에 공존하려는 현실이다.
 
예컨대 식민지 시기 일제에 의해 경제가 성장하고 근대화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주장하는 식민지근대화론이 그 짝일 것이다.
 
정책 모순의 민낯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화물차 안전운임제는 일종의 '최저임금제'처럼 최소 적정 운송료를 보장하되, 화물 기사들의 과로와 과속, 과적을 방지할 수 있다는 취지의 3년 시행 일몰제다. 연내 종료를 앞두고 있다.
 
화물자동차 안전운임 대상 확대와 일몰제 폐지를 놓고 정부와의 입장차가 큰 상황이다. 3년 연장은 했으나 범위 대상 여부는 쟁점 사안이다. 반대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물가 상승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실상은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을 걱정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뿐이다. 
 
대기업이 적용받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추고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등 부자 감세의 역주행에는 드라이브를 걸면서 말이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문제도 그렇다. 남의 나라인 캄보디아 심장병 환아를 직접 챙기신 여사님의 사진이 '빈곤 포르노' 논란에 휩싸일 때쯤 우리나라 중증장애아들을 향한 현실은 외면 그 자체였다.
 
윤석열 정부가 내년 예산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운영비를 전액 삭감하면서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돼 온 사안이었다.
 
국내 재활치료가 필요한 어린이는 7만명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어린이 재활치료가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다, 수익성이 낮은 관계로 공공영역의 필수적이다.
 
당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액 삭감돼서 0원”이라며 “병원은 정부가 인건비 지원해준다는 말만 믿고 사람을 뽑았는데 다 잘라야 할 판”이라고 성토한 바 있다. 
 
재활치료가 간절한 아이들이 최대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뒤늦게 내년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지원 예산을 0원에서 24억9000만원으로 증액했지만 '빈곤 포르노' 논란 이후 뒷맛은 개운치 않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심사에서 실무 부처 간에 협의하는 과정에 문제 제기가 강하지 않아 놓쳤다는 심심한 말을 전했지만 민생 노력은 여전히 뒷전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규하 경제부장 judi@etomato.com
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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