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가 전기차 공급 확대 및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대응하기 위해 잇따라 동맹을 맺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안정적인 수급이야말로 전기차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 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을 개최했다.(사진=현대차그룹)
IRA가 전기차 뿐만 아니라 해당 차량에 탑재되는 배터리 부품·광물까지 북미에서 조달할 것을 요구하면서 현대차그룹에게는 현지 배터리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상반기 착공에 들어가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HMGMA) 인근에 배터리 셀 공장을 짓는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은 HMGMA 인근에 배터리셀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SK온은 HMGMA가 있는 조지아주에 배터리셀 1, 2공장을 가동하거나 짓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와 합작사를 설립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에 배터리셀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BMW는 최근 헝가리에 조성 중인 공장 부지에 전기배터리 조립공장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및 자동차 생산은 2025년부터 본격 시작될 예정이다. 헝가리에는 SK온 배터리 공장이 있어 협력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2% 늘어난 472만대다. 전기차에 쓰인 배터리 사용량도 102% 증가했다. 유럽연합(EU)을 필두로 각국이 탈탄소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다수의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제조사와 손을 잡고 있다.
자체적으로 공장을 건설하면 수조원의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합작사를 만들면 비용을 나눌 수 있고 품질이 검증된 고성능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배터리 제조사 역시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어 윈윈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2019년 국내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설립하고 북미에만 합작공장 4개를 건설하기로 했다. 현재 1, 2공장은 오하이오주, 테네시주에 각각 건설 중이고 3공장은 착공에 들어갔다. 상반기에는 4공장 건설 계획도 발표했다. 포드 역시 SK온과 '블루오벌SK'를 세우고 2025년까지 미국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총 150GWh 규모의 합작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 3월에 스텔란티스와 합작사 넥스트스타 에너지를 출범시켰고 8월에는 혼다와도 합작사 세워 오하이오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삼성SDI(006400) 역시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미국 인디애나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독자적으로 배터리 양산에 나서지 않고 배터리 업체와 손을 잡는 건 자체 생산에 대한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폭스바겐이나 GM도 내재화를 선언하고 있지만 리튬이온 기반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이 쉽지 않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지금의 LG도 남들이 안할때 20년 동안 연구해서 지금의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