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정부의 현실화 의지가 반영된 내년도 표준지·표준주택 공시가격 공개를 두고, 업계는 조세 저항이 줄고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기틀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부동산 업황 전반의 침체가 가속화하고 고금리 기조도 지속돼 주택 시장의 전면적인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14일 발표된 국토교통부의 '2023년 표준지·표준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전국 56만필지에 대한 내년도 표준지 공시지가는 1년 새 5.92%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올해 10.17% 대비 16.09%포인트 감소한 수치이며, 지난 2006년 변동률 집계 이래 최저 수준이다.
아울러 땅값뿐만 아니라 전국 표준주택 25만가구에 대한 내년 표준주택 공시가격도 5.95% 떨어졌다. 올해(7.34%)보다 13.29%포인트 하락한 것이며, 역시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재산세 등 보유세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 제도의 기준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그간 현실화 요구가 빗발쳐왔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지난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면서 내년도 세금 부담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번 방안이 시장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보유세 부담이 완화돼 조세 저항이 줄고, 부동산 시장 정상화 정책을 수립하는 토대가 마련된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내년도 표준지·표준주택 공시가격 하락은 주택 시장의 저구매, 저거래 움직임 속에 보유에 대한 부담을 낮추고, 수년간 급등한 공시 가격으로 인한 조세 불만을 다독이려는 의도의 조치로 보인다"며 "공시가격이 하향 조정됨으로써 주택 보유세 부담도 과거보다 경감되거나, 적어도 2020년 수준으로 회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례로 내년 재산세는 올해 1주택자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 기조를 유지(45%)하면서, 집값 내림세에 따른 공시가격 하락 효과 등을 반영해 추가로 4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될 계획"이라며 "1주택자 위주의 보유세 부담은 올해보다 좀 더 경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의 보유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실거래 17억원의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올해 14억3520만원에서 내년 12억8010만원으로 낮아진다. 1주택자인 보유자가 80% 세액 공제를 받을 경우 보유세는 올해 372만3000원에서 내년 312만5000원으로 약 60만원 감소한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당시 공시가격 로드맵은 부동산 시장이 상승한다는 전제 아래 만들어졌다"며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하락함에 따라 현실에 맞게 공시가격을 낮추고 조세 부담을 낮춰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번 발표는 국민들의 조세 저항을 낮추고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번 발표가 주택 시장 전반의 정상화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세금 부담 완화는 주택 시장 하락폭을 둔화시키는 연착륙 효과 정도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시점은 금리가 모든 자산의 중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락세를 상승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함영진 랩장도 "이번 발표가 단기적인 주택 거래 활성화와 가격 상승 반전을 이뤄내기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보유세가 경감되면서 알짜 지역의 매각 고민은 낮아지겠지만, 이자 부담이 과거보다 급증했고 거래와 관련된 취득·양도소득세의 다주택자 중과 이슈로 주택을 자주 사고팔거나 추가 구매하는 것은 쉽지 않을 선택이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표준지·표준주택 공시가격이 내려간다 하더라도 실제 거래하는 수요층 입장에서는 가격 부담이 이미 가중된 측면이 있어 확실한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며 "경기 침체 상황과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등 거시적 경제 전망이 좋지 못해 당장 매수세가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다. 다만 추후 부동산 업황이 반전된다면 공시가격 조정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다"고 제언했다.
한 시민이 서울 남산타워에서 시내 아파트 단지를 가리키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