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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독과점 부작용에 속수무책…소공연 "소상공인 목소리, 신고센터로 모을 것"
"힘의 균형 맞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자율 불가능…법 제정 필수"
입력 : 2022-12-1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지난해 서울 동작구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던 50대 여성이 숨졌다. 이 여성은 새우튀김 3개 중 1개의 환불을 종용한 고객의 욕설에 시달렸다. 동시에 해당 플랫폼 상담사는 이 여성에게 연락해 재발방지를 요청하는 등 압박했다. 이 여성은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가 3주만에 사망하고 말았다. 
 
자영업자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영업을 이어가기 위해 별점 리뷰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의 리뷰가 곧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온라인 플랫폼과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간 제대로 된 '룰'이 없어, 플랫폼에 비해 상대적인 약자인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 윤석열정부가 이에 대한 '민간자율' 방침을 세운 가운데 소상공인업계는 피해신고센터 운영을 시작으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에 대한 목소리를 키워간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배달 수요 급증으로 지난해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의 매출액이 7년 만에 7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우아한형제들의 별도 기준 매출액은 2조292억으로 전년 대비 85.3% 증가했다. 이는 7년 전인 2014년 291억원에 비하면 69.7배에 달한다. (사진=연합뉴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금액은 193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21%(161조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주요 유통업체의 매출 증감율은 온·오프라인 모두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온라인 쇼핑 매출 증감율(15.7%%)이 오프라인(7.5%)의 두 배를 웃돌 정도로 확장세가 거침 없다. 올해 9월까지 온라인 쇼핑 거래액 역시 전년동기 대비 11.8% 증가한 17조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시기 비대면거래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온라인플랫폼은 소비자에 접근하기 위한 필수 통로가 되고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될수록 갈등 역시 심화되는 양상이다. 그 유형만 해도 △과도한 수수료·광고비 책정 △일방적인 정산절차 △귀책사유 일방적 책임 전가 △거래상지위를 남용한 판매목표 강제를 비롯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정보 독점을 통한 사업확장까지 그 내용이 다양하고 범위도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 주요 포털 100만 이상의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모여있는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게시판에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넘쳐난다. 한 자영업자는 "밤 10시 이후 야간시간대는 이틀 연속 **픽업이 1시간 넘어야 오네요. 주문하고 80 분넘어 배달 받았다고, 거리가 멀어 감당 안되면 배달 받지 말라고 리뷰 1점 받고 현타 오네요"라며 배달 플랫폼의 늦은 배달로 인해 고객으로부터 악플을 받게 됐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플랫폼의 음식 픽업 지연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입점업체에 돌아가는 것이다.
 
이같은 피해 사례는 각종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실제로 지난 10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온라인 플랫폼 입점 소상공인 500인을 대상으로 한 소상공인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업체 10곳 가운데 7곳(72.4%)이 온라인 플랫폼 수수료 및 광고료 등 비용수준에 대해 부담된다고 답했다. 배달앱에서 부담하는 배달비와 프로모션 비용 수준에 대해서는 72.8%가 '비용이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소상공인연합회의 '소상공인 온라인 플랫폼 입점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게 된 주요한 이유로 '주변 경쟁업체서 이용하기 때문(52.4%)'이 절반을 넘게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플래폼에 불만족하는 요인으로는 계약조건(33.6%)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수수료 정책(22.4%) △정산 절차(23.0%)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문재인정부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은 이같은 고민의 산물이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온플법이란 플랫폼 사업자와 이에 입점한 업체간 갑을 관계를 규율한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입점 업체와 소비자의 거래를 알선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온라인 플랫폼이 입점 업체에 갑질을 하면 법 위반액의 2배(최대 1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이번 정부의 몫이 됐지만 국정과제에 '자율규제'와 '최소한의 제도 장치 마련'이라는 방침이 담기면서 민간 자율규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최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온라인 플랫폼 업계의 독과점 문제에 대해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면 법제화도 검토하겠다"고 강조하며 '법제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정위는 임시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던 온라인플랫폼팀을 확대 개편해 시장감시국 하에 온라인플랫폼정책과를 새로 만들고, 심사 지침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행보는 최근 불거진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사태를 의식한 일시적인 조치일 뿐 이번 정부의 '민간 자율'이라는 큰 기조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관련 간담회와 토론회 등을 개최하며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모으고 법제화 필요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소공연)
 
대표 소상공인 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는 온라인 플랫폼 횡포로 인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판단, 법 제정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 9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자율기구 갑을 분과' 회의에 참석하며 소상공인업계의 피해를 알리고 정책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소공연은 이를 통해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 적용하는 차등수수료제 △ 민간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자정 조정기구에 소상공인 단체 관계자 참여 △계약변경·해지·정산에 관한 표준계약서 제정을 건의하고 있다. 
 
아울러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이 거대 플랫폼과 거래관계가 끊길 것을 우려해 피해사례를 적극적으로 개진하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해 소공연은 온라인 플랫폼 피해신고센터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전 업종에 걸쳐 온라인플랫폼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 없다"면서 "온라인 플랫폼과 자영업자 간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 자율 규제는 적용되기 힘들어 법 제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온라인 플랫폼 소상공인 피해신고센터 운영을 통해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모으고, 조직화하는 정책허브 역할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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