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최근 독감 환자가 본격적으로 증가하면서 겨울철 방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에도 3개월이 경과하면 접종 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정부의 세밀한 방역 대책이 요구된다.
16일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에 따르면 11월 27~12월 3일(49주차) 외래환자 1000명 당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분율은 17.3명이다. 특히 13~18세 청소년의 의사환자 분율은 45주차 18.8명에서 49주차에 3배로 급증했다.
국내 인플루엔자 유행 현황 및 추이. (사진=질병관리청)
독감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면역 공백과 인플루엔자 백신 효과의 감소 등으로 분석된다. 면역 공백은 면역 빚(면역 부채) 용어로 설명할 수 있다.
면역 빚은 병균에 노출되는 걸 인위적으로 봉쇄하면 당장은 병에 걸리지 않지만 언젠가는 병에 걸려 갚아야할 빚으로 쌓인다는 의미다. 특히 면역에 취약한 어린이들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병균을 주고받으며 면역력을 기르는게 정상이다. 하지만 거리두기가 2년 넘게 이어지면서 그 기회가 차단됐다. 결과적으로 면역 기능이 집단적으로 떨어졌고 언제든 감염성 바이러스가 창궐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일종의 방역 부작용인 셈이다.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의 경우 접종 후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떨어진다. 10월 초순에 백신을 접종했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선 서서히 효과가 떨어지고 감염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가 발간하는 학술지 유로서베일런스(Eurosurveillance)에 따르면 백신 접종의 효과가 6개월이 지속된다고 하나 실제는 3개월이 경과하면 접종 효과가 없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이 동시에 발생하는 '트윈데믹'이 현실화되면서 동시감염에 대해 우려가 제기된다. 동시감염이 되더라도 건강한 사람은 열이 좀 날 뿐 고위험군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따라서 인플루엔자 환자가 증가하면 지금처럼 격리진료를 하는 병원에선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응급실의 경우 인플루엔자 환자의 급증으로 인해 야간과 휴일에 문제가 될 수 있어 적절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즉 고위험군은 동시에 진단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인플루엔자 A형과 B형이 동시에 유행하고 있으며, A형이 우세하다. 동시에 두 가지 인플루엔자 유행이 시작되면 유행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독감 유행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독감 접종을 한번 더 하는 정책도 고민해봐야 할 때다. 다만 현재 세계의 어느 나라도 이런 식의 접근은 전무하다.
시민들이 독감 예방접종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현재 독감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아이러니하게도 철저한 마스크 착용과 백신을 접종했지만 독감 유행을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마상혁 과장은 "인플루엔자 백신을 10월에 접종했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질 시기가 도래해 감염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고위험군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즉각적인 진단과 신속하게 항바이러스제를 써서 중증화와 사망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오래전부터 독감 유행에 대비해야한다고 당국에 주장했다"면서 "현재 당국에선 팬데믹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고, 구체적인 대책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플루엔자는 어린이와 청소년부터 유행이 시작해 어른으로 넘어오는 흐름을 보인다"며 "그 과정을 지금 겪고 있고 그 정점이 보통 크리스마스가 지나면서 시작된다"고 전망했다.
엄중식 교수는 고위험군 대상 독감 접종을 한번 더 하는 데 대해선 "그런 방법을 많이 고민하는 걸로 안다"면서도 "실제 그렇게 했을 때 보호 효과가 명확하단 근거 자료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독감 증상 발현 시 즉각적인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를 복용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아도 중화항체의 감소로 인해 효과가 20%도 안 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이 때문에 고위험군에게는 치료제가 가장 주효하다"고 말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