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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대우조선 품고 '종합방산' 쾌속 질주
16일 한화그룹-산업은행, 대우조선 인수 본계약
입력 : 2022-12-16 오후 5:15:09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세계적 방산기업을 꿈꾸는 한화그룹이 16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며 육·해·공 통합 방산 체계 구축을 예고했다.
 
이날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과 회사 지분 49.3%에 해당하는 신주 발행 본계약을 맺었다. 한화그룹은 약 2조원 규모 지분 인수로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한화그룹에 대우조선해양 보통주식 1억443만8643주를 주당 1만9150원에 신규 발행한다.
 
최종 인수까지는 방산업체 매매 승인, 기업결합 심사 등 국내외 인허가 취득에 3개월 이상 걸린다.
 
이번 인수로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한국의 록히드마틴'을 추구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다. 한화에어로는 이번 인수합병으로 회사를 2030년까지 세계 방산 톱10으로 올려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유상증자 규모도 1조원으로 그룹 안에서 가장 크다. 그 뒤로 한화시스템이 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가 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세 곳 1000억원 순이다.
 
한화는 인수·합병으로 규모를 키워 인지도를 높이는 세계 방산업계 추세를 따르고 있다. 미국 방산기업 레이시온은 지난 2019년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를 인수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방산기업이 됐다. 2017년 오비탈ATK를 인수해 세계 3위 방산기업이 된 노스롭그루먼 사례도 있다.
 
한화에어로는 그룹 내 방산 역량을 모으기 위해 11월 한화 방산 부문을 인수하고 자회사 한화디펜스도 합병했다. 방산업 특성상 기업 규모가 클수록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어야 호환 제품 묶음 판매도 할 수 있다.
 
한화의 대우조선 이후 방산과 그린에너지 사업 전망. (그래픽=한화)
 
이번 대우조선 인수는 지상과 우주, 해양을 아우른 통합 방산 체계 구축과 유지·보수(MRO) 시장 진출 본격화의 토대가 될 전망이다.
 
우선 지상에서 북미·유럽 중심이던 수출 판로가 넓어진다. 한화 방산 부문과 한화디펜스는 호주·튀르키예·인도·이집트 등 8개국에 K9 자주포를,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 등에 장갑차를, 아랍에미리트(UAE)에 천궁 발사대 등을 수출해왔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 건조 능력을 더하면, 향후 육·해·공·우주를 아우른 '방산 패키지' 수출도 기대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일곱번째로 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잠수함발사 탄도유도탄) 기술을 독자적으로 갖추는 등 방산 역량을 입증해왔다.
 
앞서 방글라데시 호위함과 말레이시아 훈련함, 영국 항공모함 군수지원함, 노르웨이 군수지원함, 태국 호위함과 인도네시아 잠수함 신조·창정비·성능개량 사업 등을 해왔다.
 
국내에서는 장보고-III 배치(Batch)-II 2번함을 만들고 있다. 2026년 건조를 마치고 2028년 해군에 인도할 예정으로 국산화율 80%가 목표다. 1992년 한국 최초 전투함인 이천함 건조, 1996년 첫 국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 진수 기록도 있다.
 
한화는 대우조선과의 연구개발(R&D) 시너지에 거는 기대가 크다. 향후 대우조선 R&D 투자를 늘려 확보할 미래 방산 기술을 민간 상선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시스템은 현재 ‘함정의 두뇌’인 전투체계(CMS)를 한국 해군 함정에 사실상 100% 공급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이 대우조선 함정 양산 능력과 합쳐질 때 자율운항 민간 상선 개발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
 
잠수함에 적용중인 한화의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을 대우조선 친환경 선박에 적용해 새로운 시장 진출도 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지난해 8월 해군에 인도한 대한민국 최초 3000톤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 (사진=대우조선해양)
 
또 액화천연가스(LNG), 암모니아, 수소, 풍력 등 한화의 에너지 분야 역량을 대우조선의 에너지 생산 설비, 운송 기술 분야와 결합해 그린 에너지 가치사슬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수출 판로도 넓어진다. 한화는 중동과 유럽, 아시아 고객 그물망을 공유하면 기존 무기체계는 물론 대우조선의 주력 제품인 잠수함과 전투함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LNG선 중심으로 한 노후 선박 교체 수요와 국제연합(UN) 산하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에 따른 친환경 선박 수요 등으로 일감이 쌓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약 4년치 일감을 확보해놨다. 대우조선해양은 16일 기준 올해 목표 수주액 89억 달러의 117%를 달성했다.
 
한화그룹은 5년 투자액 37조6000억원 가운데 방산·우주항공 분야에 2조6000억원을 쓸 계획이다. 누리호 체계종합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이어져, 내년도 투자 예산에 소폭 조정이 예상된다.
 
한화 관계자는 "대우조선과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단순한 이익 창출을 넘어 지역 상생은 물론 수출 확대로 국가 경쟁력 강화에 일조하고, 빠른 시간 안에 경영 정상화를 이뤄 조기 흑자 전환한다는 계획"이라며 "관계기관, 채권단, 노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통해 남은 인수 절차를 잘 마무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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