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조선향 후판가 하락에 신조선가 상승세가 맞물려 조선사 흑자 전환이 빨라질 전망이다.
최근 일부 철강사와 조선사가 1톤(t)당 120만원대인 후판 가격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는 관측이 나왔는데, 업계에선 협상이 끝나지 않았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철강 업황을 볼 때 후판가 하락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철강사 관계자는 "가격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하락폭에 대한 부분을 두고 협상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서 하락 요인이 발생하면 떨어뜨려줘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건조 2020년 인도한 8만4000입방미터급 초대형 LPG선. (사진=한국조선해양)
철강업계는 이번 후판가 협상에서 원료인 철광석 가격 하락세가 영향을 주고 있다고 관측한다. 철광석 가격은 올해 3월11일 159.79 달러를 기록한 뒤, 11월4일 82.42 달러로 절반 가량 꺾였다가, 12월16일 110.71 달러로 반등했다.
조선업계는 '후판가 100만원설'이 현실화될 경우 선박 건조 비용 감소와 신조선가 상승으로 흑자 전환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낮아지면 손익 구조가 더 좋아질 것"이라며 "후판 협상은 업계가 수십년 간 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지나고 보면 어느정도 합리적인 기준점을 가지고 수정이 된다"고 말했다.
후판가는 지난 2020년 1t당 약 67만원에서 지난해 113만원대, 올해 상반기 120만원대로 뛰었다. 후판가는 보통 선박 건조 비용의 20%를 차지한다. 후판값 상승분은 조선사 충당금 설정으로 이어져, 2021년 1조원대 적자의 원인이 됐다.
2022년 3분기 한국조선해양은 영업이익 188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삼성중공업은 영업손실 규모가 2분기 2558억원에서 1679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영업손실 6378억원을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관련 손실 중 일부 프로젝트 인도일 연장과 비용 정산 등으로 환입될 수 있다고 본다.
신조선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11월말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의 신조선가지수는 161.69로 전년 동기보다 8.07포인트 올랐다. 국내 조선사 주력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신조선가는 10월~11월 2억4800만 달러로, 9월보다 400만 달러 올랐다.
시장은 내년 조선사들의 흑자 전환을 내다본다. 애프엔가이드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한국조선해양 영업이익 1324억원이다. 삼성중공업은 영업손실 582억원으로 분기보다 약 1100억원 손실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해양 컨센서스도 358억원 적자에서 2023년 1분기 447억원 흑자 전환을 내다본다.
반면 철강업계는 후판가 1~2만원이 아쉽다. 철강산업은 정세 불안 장기화와 주요국 통화 긴축, 경기 하락세 영향으로 업황이 어둡다. 9월 태풍으로 포항 소재 제철소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포스코의 경우 4분기 내내 복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소 2023년 상반기까지 철강업 침체 여파가 이어질 전망인데, 후판 가격에서 선방하지 못하면 아무래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철강업이 잘 되고 있을 때는 조선업계가 '철강 장사 잘 되니 우리 좀 봐 달라'는 식으로 나왔는데, 이번에는 올려줘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시장 전망치는 철강사 영업이익 감소로 기울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4분기 컨센서스는 영업이익 840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4.50% 떨어진 수준이다. 현대제철 4분기 시장 전망치는 전년 동기 보다 58.01% 줄어든 3242억원이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