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신차 가격을 웃돌며 호황을 누리던 중고차 시장이 고금리 여파로 꽁꽁 얼어붙었다. 올해 중고차 재고는 역대 최다로 쌓였고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악의 경우 중소 중고차 매매 업체들이 줄도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서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승용 중고차 재고차량은 11만2554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6만3840대, 2020년 6만902대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올들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중고차 할부 금리가 법정 최고 수준(연 20%)까지 뛰어오르면서 소비자들이 구매 심리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팔리지 않는 상품 차량의 보관비와 매입금리 부담이 커지자 딜러들이 재고 정리에 나선 것도 주된 이유로 꼽힌다.
서울 성동구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사진=뉴시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자동차 딜러들이 상품용 중고차를 매입할 때 금융사로부터 빌리는 자금인 재고금융의 금리도 함께 올랐다"며 "대부분의 캐피탈 사는 이마저도 중단했다"고 말했다.
업계 입장에서는 기존에 매입한 중고차를 판매하기도 어렵고 새로운 중고차를 매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 보유 차량을 처분하는 차주들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최근 중고차 시장에는 출시한 지 얼마 안 된 현대차 아이오닉 6 같은 신차급 중고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카테크' 목적으로 출고 기간이 긴 전기차를 구매했다가 웃돈을 붙여 되팔 목적으로 신차를 계약했는데 중고 시세는 떨어지고 할부 금리마저 올라 서둘러 매각에 나선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실제 재고차량 비율이 가장 높은 차종은 전기차로 36.3%에 달한다. 경유 18.8%, 하이브리드 16.5%, 휘발유 8.3%와 큰 차이를 보인다.
중고차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모바일 중고차 플랫폼 '헤이딜러' 및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12월 BMW 5시리즈나 제네시스 G80과 같은 고가 차종의 경우 중고차 시세가 11월 대비 최대 2.5배까지 하락했다. BMW 5시리즈는 11월에 시세가 3.6% 하락했지만 12월에는 9.3% 하락했다. 제네시스 G80은 11월에 시세가 3.2% 하락했으나, 12월에는 8.8%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 연말에 시세가 하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올해처럼 3개월 연속으로 시세가 하락한 적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특히 고가의 수입차 모델들은 가솔린, 디젤 구분 없이 고금리 영향으로 시세가 더 하락했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