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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권한에는 책임이 따라야한다
입력 : 2022-12-29 오전 6:00:00
일반 사람들에게 기업의 성과는 총수의 능력과 뗄 수 없는 존재다. 삼성 주가가 떨어지면 이재용 회장, 현대차 신차가 나오면 정의선 회장을 소환하는 댓글이 이어지는 사례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의 총수는 당연히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된 등기임원으로 활동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등기임원과 같은 권한을 누리면서 책임은 없는 '미등기 임원'이라는 우회 수단을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등기 임원은 흔히 권한은 누리면서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은 지지 않는 자리라고 부른다. 이들은 연봉 공개 의무도 없고 이사회 활동도 하지 않는다.
 
물론 대표이사가 해임할 수는 있지만, 제아무리 대표이사여도 총수 일가 미등기 임원을 마음대로 자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미등기 임원은 총수 일가의 주머니는 채우면서 책임경영은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주 활용돼 왔다.
 
실제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지난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너가 있는 42개 대기업의 경영 참여 동일인(총수) 4명 중 1명은 미등기 임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 올해 조사에서도 총수 일가의 미등기 임원 재직은 여전했다. 특히 한 계열사를 넘어 여러 회사에 걸쳐 문어발식으로 겸직하는 경우도 많았다.
 
총수 본인의 경우 1인당 평균 2.4개, 총수 2·3세는 1.7개 회사에서 미등기 임원을 겸직하고 있었다. 특히 중흥건설은 총수 본인과 2·3세의 겸직 수가 각각 10개로 가장 많았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계열사 수 대비 미등기 임원 재직 비율이 가장 높았다.
 
문제는 책임이 없는 총수 일가 미등기 임원이 챙겨가는 보수가 수십억대에 이른다는 점이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지난해 하이트진로에서만 미등기 임원으로 약 72억원의 보수를 챙겼다. 이재현 CJ 회장도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CJ, CJ제일제당, CJ ENM 3개사에서만 미등기 임원으로 총 218억61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는 각 회사 대표이사보다 많은 수준이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도 지난해 미등기 임원에 올라있는 한화솔루션으로부터 27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총수 일가의 미등기 임원 재직은 단순히 배를 불리기 위한 수단이라는 단점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대 사안을 결정하면서도 법적 책임은 지지 않아도 돼 회사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피해는 직원들은 물론 기업에 투자한 주주에게까지 돌아갈 수 있다.
 
모든 권한에는 책임이 따르고 높은 보수를 받기 위해서는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만약 '금수저'라는 이유로 미등기 임원을 통해 권한만 챙기려는 관행이 계속된다면 한국 산업계의 건강한 성장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기업의 성과는 물론 사회적 책임과 지배구조의 투명성까지 중요해진 시대다. 지속가능한 기업을 꿈꾼다면 이젠 '미등기 임원'이라는 요행은 버릴 때다.
 
김지영 경제부 기자 wldud91422@etomato.com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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