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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가 주목하는 ‘약자의 연대’
입력 : 2023-01-03 오후 3:36:00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약자의 연대, 현실과 판타지에서 벌어지는 두 가지 다른 모습이 우리 사회의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현실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다. 그들은 오랜 시간 장애인들의 이동권 문제를 위해 투쟁하면서 정부의 실효적인 목소리를 이끌어 내기 위해 다수의 불편을 초래하는 방식을 택했다.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이유에서다. 외면하지 말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대중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이끌어 냈다. 공감이 아닌 반감으로 작용했다.
 
전장연이 새해 첫 출근 일인 지난 2일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13시간 동안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였다.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은 퇴거를 요청하며 탑승을 저지했고, 양측이 극심하게 대치했다. 대치는 무려 13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후 포털사이트 기사에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욕설이 섞인 댓글이 쏟아졌다. 현장에서 전장연 측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강했다.
 
하지만 판타지를 통해 바라보는 현실은 정반대다. 이미 올해 신드롬을 일으킨 케이블채널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장애 인식 수준이 개선됐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관련 기사가 넘쳐났다.
 
작년 7월 열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문지원 작가는 제목에 담긴 ‘이상한’이란 단어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문 작가는 “이상한 사람들은 다수의 사람들을 긴장시키고 두렵게 하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풍요롭게 하며 더 재미있는 곳으로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수의 장애인과 다수의 비장애인이 어우러지는 연대를 언급했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도 ‘약자의 연대’로 해석할 수 있는 직접적 포인트가 등장한다. 극중 끔찍한 학교폭력으로 육체는 물론 영혼까지 파괴된 주인공 문동은(송혜교)과 그의 조력자 이모님(염혜란)의 연대. 조력자 이모님은 가정 폭력의 피해자다. 두 사람의 피해의 카테고리 안에서 ‘연대’란 공감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며 의지하는 관계를 형성한다. 두 캐릭터의 존재는 극 전체의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분명한 모멘텀으로 작용한다.
 
국내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 등에 드라마를 제작 공급하는 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은다. 현실과 판타지의 이 같은 전혀 다른 행보 그리고 그 행보 안에서 벌어지는 같은 듯 다른 시선의 차이.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전화 통화에서 “불편함을 외면할 부끄러움과 판타지의 세계를 동경하는 바람이 현실을 대면할 용기와 엇갈리면서 벌어지는 차이가 아닐까 싶다”면서 “콘텐츠 속 약자의 연대가 더 이상 판타지의 세계를 지배하는 흥미와 재미의 요소로 존재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고 전했다.
 
ENA 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사진=ENA채널)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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