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정부가 대출, 세제, 규제지역 등 부동산 전반에 걸친 규제 빗장을 대폭 해제한다. 대부분 문재인 정부 당시 지정됐던 규제들이 현 주택 시장의 급격한 침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규제 시계를 5년 전으로 되돌리겠다는 취지다.
현재 부동산 시장 지표가 전반적으로 급락 일변도의 흐름을 보이고 거래 활력도 매우 떨어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규제를 풀기에 적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고금리 흐름이 여전하고 매수심리 자체가 떨어진 상황에서, 전면적인 규제 해제가 시장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4일 정부는 '2023년도 국토교통부 업무계획' 발표를 통해 이번 규제 완화와 관련, 시장 변화에 부흥하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방점을 찍었다고 강조했다.
먼저 부동산 규제지역은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와 용산구만 빼고 전면 해제된다.
이는 규제지역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2017년 8·2대책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2002년 이후 15년 만에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고, 강남 3구 등 11개구는 투기지역으로 묶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사실상 대부분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대출, 세제, 청약 등 부동산 거래 과정의 모든 규제도 풀리게 됐다.
이와 함께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도 대폭 줄였다. 분양가상한제란 택지비, 기본형 건축비(공사비), 가산비 등을 산정해 주변 시세의 70~80%로 분양가를 제한하는 제도다.
분양가상한제는 그간 신축 주택의 저렴한 공급에 기여해 왔지만 정비사업 필수 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하지 못하는 경직적 운영에 대한 현장의 개선 요구가 많았다. 또 최근 공급망 차질, 자잿값 상승 등으로 조속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하지만 정부는 서울 18개구의 309개동과 과천·하남·광명의 13개동으로 지정돼 있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대상지 상당수를 이번에 해제하면서 강남 3구 및 용산의 73개동만 남겨뒀다. 이로써 서울 강남 3구와 용산 뺀 서울 내 분양 단지는 전매제한 기간이 최대 10년에서 1년으로 감소하고, 실거주 의무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아울러 정부는 최근 냉각 흐름이 가속화하는 청약과 관련해 규제를 대거 해제하기로 했다. 현재 12억원 이하만 가능한 중도금 대출 보증을 모든 분양 주택으로 넓히고, 1인당 5억원으로 제한된 1인당 중도금 대출 한도도 폐지한다. 따라서 올해 3월부터는 분양가와 관계없이 모든 주택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업계는 이번 방안이 추후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업무보고는 지난해 지속된 주택 시장 침체, 미분양 급증, 경기 둔화 우려 등이 고려된 것 같다"며 "시장 연착륙 일환으로 서울 등 수도권에 잔존한 규제지역 해제, 청약 시장에 규제 완화책이 집중된 것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당장 시장을 반등시킬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리 인상 기조, 경기 침체가 겹쳐 위축된 주택 시장의 낙폭을 줄이는 연착륙 효과를 낼 수 있겠지만, 시장 반등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