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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1월 4일 18:3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현대커머셜이 규제 수준에 근접한 레버리지배율 탓에 자본적정성 부담이 늘고 있다. 총자산과 자기자본 비율이 적정하지 않다는 것인데 그만큼 자본확충 필요성이 커졌다. 사업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돌아서고 있고, 자기자본에서 신종자본증권 비중이 높기 때문에 개선이 쉽지 않은 모양새다.
4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현대커머셜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레버리지배율이 8.7배로 전년말 7.7배에서 크게 올랐다. 레버리지배율은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현재 할부리스사에 적용되는 규제 기준은 9배다.
현대커머셜의 총자산은 11조5103억원이며 자기자본은 1조3252억원으로 확인된다. 특히 지난해 3분기 기준 총자산 규모가 전년말 대비 15.1%(1조5092억원) 늘어난 반면 자기자본은 1.8%(232억원)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레버리지배율이 높아졌다. 같은 기간 조정자기자본비율은 13.4%에서 11.5%로 1.9%p 하락했다.
현대커머셜의 레버리지배율 추이를 살펴보면 2018년 7.2배 이후 △2019년 7.1배 △2020년 7.2배 △2021년 7.7배 등으로 지난 4년간 7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반면 지난해에는 레버리지배율 규제 기준이 기존 10배에서 9배로 강화됐음에도 해당 수치가 오히려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보수적 유동성 관리 정책에 따라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 보유 규모가 확대된 가운데 배당금 지급이 늘어난 것이 주요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단기금융상품은 5403억원에서 1조3622억원으로 증가했고, 배당금은 154억원에서 533억원으로 늘었다.
관계기업인 푸본현대생명(지분율 12.2%)이 금리상승에 타격을 받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푸본현대생명의 유가증권 평가손실과 특별계정 기타포괄손실 발생에 따라 현대커머셜은 지분법 자본변동으로 1303억원을 인식했다. 그만큼 자본에서 감소한 것인데, 푸본현대생명에 대한 지분법 장부가액은 2021년 1726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9월 28억원까지 떨어졌다.
신용평가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분법 특성상 장부가액이 제로(0)가 되면 더이상 지분법 손익이나 자본변동은 인식하지 않는다. 푸본현대생명이 지분법 변동으로 현대커머셜에 미치는 추가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예상치 못한 금리상승 영향으로 손익이나 자기자본 측면에서 마이너스(-) 됐던 부분은 현대커머셜 입장에서 아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레버리지 규제 기준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현재 적용되는 9배는 기간이 2024년까지고 2025년 이후부터는 8배로 강화된다.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배당할 경우 기준이 각각 8배, 7배로 낮아진다. 현대커머셜은 2021년 배당성향이 28.8%로 기준치를 미세한 차이로 맞추면서 9배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사진=현대커머셜)
자기자본에서 신종자본증권 비중이 높다는 점도 자본적정성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커머셜의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지난해 9월 기준 3690억원으로 자기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7.8% 수준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차환) 규모는 1000억원이고 상환은 500억원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분배금 지급 의무가 있고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 가능성도 존재하는 만큼 자본의 질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어렵다. 향후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상환이 행사될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레버리지 수준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현대커머셜의 자본적정성은 이미 신용평가 업계서 저조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034950)는 회사의 주요 지표에 대한 개별 신용등급으로 시장점유율 A등급, 자산 포트폴리오 리스크 AA등급, 총자산순이익률(ROA) A등급을 제시하고 있지만 레버리지배율에 대해서는 BBB등급으로 평가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BBB등급으로 책정했다.
김경률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절대적인 레버리지배율이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이고 자본적정성 지표가 전년말 대비 크게 저하됐다”라면서 “금리상승 등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으로 이익창출 규모가 감소하고 배당금 지급 부담이 지속될 경우 레버리지배율 개선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라고 평가했다.
현대커머셜은 아직 자본확충 계획이 따로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커머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신종자본증권 차환이나 보유자산 일부 매각, 신규 취급 축소 등을 통해 당국 규제 기준에 맞춰 적극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