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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군사합의·평양선언 파기하면 안보위기 해소되나
입력 : 2023-01-09 오전 6:00:00
2018년 9월 1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을 교환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2007년 10월3일, 평양을 방문해 남북 정상회담을 진행 중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수행원들과의 점심 식사 자리에서 “우리는 개성공단을 ‘개혁과 개방의 표본’이라고 많이 얘기했는데, 우리식 관점에서 우리 편하게 얘기한 것이 아니었느냐”고 했다. 남북 간 ‘불신의 벽’을 깨기 위해 ‘역지사지’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날 오전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난항에 빠지자, 노 전 대통령이 북측에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무대’를 만든 뒤 일부러 이같은 발언을 한 것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한을 이렇게 세심하게 대했다.
 
2018년 남북관계가 급격히 개선되는 가운데, 대북 협력 민간단체들은 ‘지원’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그간의 남북협력사업이 남한에서 가난한 북한을 돕는 것으로만 비치는 것을 문제삼아, ‘일방적인 지원사업’을 금지했기 때문이었다. 개성공단 같은 경협 사업 등을 통해 남한 기업들이 큰 이익을 얻었음에도 북한에 대한 시혜성 사업으로만 인식되는 것에 대한 북한의 불만을 알고 있던 민간단체들은 남북에 공통적으로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발굴하려 애썼고, 일방적인 지원사업의 경우에도 ‘협력’이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궁핍을 감추려는 ‘자존심’에 대한 배려였다.
 
아무리 보수정부라 해도 윤석열정부의 모습은 이와는 너무 달랐다. 대선 과정에서 후보 자신이 직접 ‘대북 선제타격’ 발언을 했고, 중무장 지대였던 비무장지대(DMZ)를 실질적으로 비무장화하는 등 제 역할을 하고 있던 9·19 군사합의도 문제 삼았다.
 
북,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뒤 강경노선…2021년 말~22년초 정세관망기도 있어
 
북한의 대남 강경노선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결과로, 이미 문재인정부 후반기 때부터 진행돼 온 것이기는 하다. 2020년 6월에 김여정 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해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힌 뒤, 남북통신연락선을 차단하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이다.
 
그런데 그 뒤 북한의 움직임을 유심히 짚어보면 나름의 숨고르기와 정세 관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2월 말 노동당 전원회의(8기 4차)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북남 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했을 뿐, 이 분야와 관련해 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과 남한의 대선 과정 등 유동적 상황을 감안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인 2002년 6월 초(8가 5차 노동당 전원회의)에는 김 위원장이 ‘강대강, 대적투쟁’ 방침을 직접 천명했다. 바이든 미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전략적 인내’를 넘어 ‘전략적 무시’ 정책 노선을 분명히 하고 남한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였다.
 
윤석열정부는 ‘담대한 구상’이라는 대북정책을 제시했으나 이는 북한이 단칼에 거부했던 이명박정부의 ‘비핵개방 3000’의 복사판임이 너무 뚜렷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6·15 정상회담 성사의 시발점이 된 베를린 선언문을 연설(3월9일) 직전에 비밀리에 북한에 보내는 배려와 세심함에 비하면 발표 자체도 일방적이었다. 바이든 정부나, 그나마 북한에 영향력이 있는 중국을 움직이려는 시도도 노력도 없었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과 경기, 인천, 강원 등 전국 각지에서 미확인비행물체(UFO)가 목격된 가운데 해당 비행체는 연기를 내며 하늘 위로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6시 50분께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 시험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수원시에서 목격된 발사체 모습. (사진=뉴시스)
 
그리고 남과 북의 팃포탯(tit for tat, 맞대응)이 겹쳐지면서 9·19 군사합의와 평양 남북정상 공동선언 폐기,  대북 확성기와 대북 전단살포 재개를 거론하는 전형적인 ‘안보 딜레마’ 상황이 돼 버렸다.
 
이런 조치들을 취하면 지금의 안보 위기가 해소되는 것인가. 9·19 군사합의는 접경지대 확전 방지가 목적이었고, 적어도 문재인정부 기간까지는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
 
개성공단 폐쇄, 우리가 얻은 이익은?
 
지난해 11월 동해 NLL이남 미사일 발사나 12월 무인기 서울 영공 침해 등 북한이 합의를 위반한 것은 맞지만, ‘효력정지 검토’를 넘어 실제 폐기할 경우 ‘결기 과시’ 외에 어떤 실익이 있을까. 지금 남북 관계는 상황관리가 중요한데, 그 수단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서는 그에 맞서 대응하면 될 일이다. 우리가 먼저 군사합의를 폐기하다면 명분을 잃게 될 것이고, 북한은 그 틈을 군사 행동의 명분으로 연결하려 할 것이다. 그나마 몇 개 남지 않은 남북 간 합의, 그 중에서도 군사분야 합의가 없어진다면, 남북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물며 평양 정상선언 폐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개성공단을 우리가 먼저 폐쇄해서 얻은 이익이 도대체 무엇인가!
 
더욱이 지금은 미증유의 경제위기 상황이고 2023년에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햇볕정책 드라이브를 걸었다. 남북 관계 개선 그 자체의 목적과 함께, 남북 간 위기가 깊어질 경우 IMF 외환위기 극복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기도 했다.
 
“평화가 전부는 아니지만 평화가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의의 통찰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황방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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