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5·18 민주화운동 정신은 헌법 전문에 반드시 올라가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취임 후 참석한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도 "5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들이 무색하게도 지난달 확정된 '2022 개정 교육과정' 내용에 '5·18 민주화운동'이 누락됐다는 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 사회과 교육과정에는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이 '학습 요소'로 구분돼 기재됐으나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습 요소' 항목이 일괄 삭제되면서 '4·19 혁명'과 '6월 민주항쟁'만 '성취 기준'으로 분류됐다.
교육부는 "모든 교과서에서 '학습 요소' 항목이 삭제됨에 따라 역사 교육과정에서도 '5·18 민주화운동'을 비롯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 등의 서술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소중한 유산인 '5·18 민주화운동'이 교육과정에서 사라진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구시대적인 이념 편향이 작용한 것이라면 더욱 용납하기 어렵다.
해당 논란이 커지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학생들이 배울 수 있게 '교과용 도서 편찬 준거'에 반영해 교과서에도 기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진화에 나섰으나 이를 확실히 믿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이 했던 말과 행동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나서서 이 사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4항에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고 명기돼 있다. 우리 아이들이 정치 논리와 상관없이 올바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헌법 정신을 비웃듯 교육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8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과 각 교과별 교육과정 시안을 공개하자 보수 진영에서는 '남침'으로 인한 6·25 전쟁 발발을 명시하고 '민주주의' 표현 앞에 '자유'가 들어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진보 진영 역시 '생태 전환 교육'과 '노동 존중 교육'을 명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결과 보수 진영의 요구는 모두 받아들여졌지만 진보 진영에서 요청한 부분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 교육부 스스로 보수 편향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역사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 그 역사적 사실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지는 학생 개개인의 몫이다. 이를 정부가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좌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교육에 더 이상의 정치적 편향 논란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 교과서로 전환하려다 엄청난 반발을 샀던 역사도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