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의 권익 보호는 무슨. 그들만의 진흙탕 싸움에 실망하고 지쳤을 뿐이에요.”
제52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지금. 서초동의 한 변호사가 이번 선거를 두고 한 말입니다. 법조계에선 이번 선거전을 두고 역대급 네거티브 선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선 변호사들의 선거 피로도 또한 극에 달했습니다.
이번 변협 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법조계 주요 인사의 교체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변협 회장은 원래 대법관, 검찰총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권을 갖는데, 차기 변협 회장 임기 2년 중 검찰총장과 공수처장 모두 임기를 마칩니다.
차기 변협 회장의 선택이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일까요. 아니면 당선 이후 갖게 될 변협 회장의 막강한 권한 때문일까요. 변호사 3만여 명의 권리를 지켜야 할 단체의 장을 뽑는 선거 본연의 의미는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임계점 넘은 변협 후보들의 공방
대신 후보들 간 여러 의혹 제기와 함께 고소·고발까지 이어지며 공방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맞고소는 물론이고 한 후보는 현 변협 집행부의 잘못을 비판하는 내용을 선거 공보물에 담았다가 삭제하라는 통보를 받은 데 불복해 변협과 변협 선관위를 상대로 가처분을 내 인용 결정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후보자들은 남은 기간 제대로 된 선거 운동을 통해 3만명이 넘는 대한민국 변호사들로 하여금 자신들을 대표할 사람의 비전과 정책에 집중할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변협 선거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된 건 결코 변호사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들 또한 자신들의 삶과 연관된 이슈에 대해 듣고자 합니다. 후보자들은 로톡 등 사설 법률 플랫폼 대응 방안을 제시해 국민의 공감과 신뢰를 불러올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선거는 16일 각 지방변호사회관을 비롯한 전국 55개 투표소에서 현장 투표로 진행됩니다. 후보는 기호 1번 김영훈(59·사법연수원 27기), 기호 2번 안병희(61·군법무관시험 7회), 기호 3번 박종흔(57·사법연수원31기)입니다.
김수민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