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1일(화) 토마토Pick은 '빌라왕 전세사기 사건'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최근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눈물 짓는 사회 초년생들이 늘어났는데요. 수천, 수만채 빌라를 소유한 '빌라왕'이 법의 허점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피해자 70%가 2030세대
국토교통부는 10일 전세보증금 피해 세입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는데요. 경찰청에 수사 의뢰한 전세사기 사건 106건의 피해자 중 30대가 50.9%, 20대가 17.9%를 차지한다고 밝혔습니다. 40대는 11.3%, 50대는 6.6%였습니다. 아무래도 2030세대는 사회생활 시작을 전세로 시작하기 때문에 피해자 비율도 가장 많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특히 피해 상담을 신청한 사람의 62%는 다세대 주택 거주자였고, 보증금 2억원대가 36%로 가장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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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왕’은 누구?
수백, 수천채의 깡통 빌라를 소유해 속칭 '빌라왕'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로, 지금까지 언론에 오르내린 사람은 다음과 같습니다. 특히 빌라왕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잇따라 사망하면 배후에 조직적인 세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는데요. 뒤에 말씀드리겠지만 실제로 배후세력이 존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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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왕' 김모씨 : 수도권에 1139채 소유.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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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모씨 : 서울 강서·양천구 등에 240여채 소유. 2021년 제주에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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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모씨 : 인천 등에 58채를 가진 20대 청년.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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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곡동 빌라왕' 강모씨 : 화곡동 일대 빌라 283채 소유.
현재 구속
-이씨: 수도권 일대 413채 소유
-정씨: 광주광역시 등에 400여채 소유
-'빌라의 신' 권씨 : 수도권 외곽 등 전국에 3493채 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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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왕' A씨 : 주로 인천 미추홀구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61세 건설업자. 총 2709채 소유
세입자들이 사기를 당한 이유
빌라의 신, 빌라왕이라고 불리는 사기꾼들의 사기 범행에 세입자들은 왜 속을 수밖에 없었을까요? 사기를 당한 세입자들은 계약 당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고 안내를 받았고, 등기부 등본 등 서류들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고 입을 모읍니다. 빌라왕은 사기 수단으로 주로 신축 빌라를 이용했습니다. 투자가치는 떨어지지만 거주 편의성은 아파트만큼 좋고 가격이 낮기 때문이죠. 즉 ‘전세 수요는 높고 매매 수요가 낮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거나, 신혼 생활을 준비하는 2030이 선호하는 주거형태입니다. 각자 입장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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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소유자 : 빌라를 팔고 싶지만 빌라 매매 수요가 없어서 매도가 안됨. 현재 빚이나 저당 등 담보가 없어서 등기부가 깨끗함
-전세 세입자 : 자금이 부족해 아파트 전세는 가지 못하고 빌라 전세를 원함. 보증금 반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등기부가 깨끗한 집을 선호
-빌라왕 사기꾼 : 빌라 소유자와 세입자의 이해관계, 주택보증보험 제도를 활용해 전세금 반환 걱정 안해도 된다며 세입자를 안심시키고 거래를 성사시킴
빌라왕들의 사기 수법
소위 ‘빌라왕’이라는 소리를 듣는 사기꾼들이 어떻게 세입자들에게 사기를 치는지 사례를 들어 그 과정을 설명해보겠습니다. 전형적인 ‘갭(gap)투자’라고 불리는 사기 수법입니다.
① 빌라왕은 빌라 소유자에게 2억원에 집을 사겠다고 제안하면서 전세를 놓는 조건을 제시. 빌라 소유자는 매도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이를 승낙
② 빌라왕은 실거래가보다 2000만원 높은 2억2000만원에 전세 매물을 올림
③ 전세 세입자는 저당권 등이 하나도 없는 깨끗한 등기부등본과 주택보증보험이라는 안전장치를 믿고 2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함
④ 빌라 소유자는 계약한대로 빌라왕에게 2억원에 집을 매도함
⑤ 빌라왕은 매매계약과 전세계약을 통해 돈 한 푼 안들이고 현금 2000만원을 챙기는 것과 동시에 빌라도 소유하게 됨
⑤-1 빌라왕은 전세계약 후 확정일자를 받기 전에 대출 등을 받아서 미리 돈을 빼돌리고 저당권을 설정하기도 함
⑥ 이런 방식으로 자기 돈 안들이고 수 백 채, 수 천 채의 빌라를 소유하게 됨
⑦ 금리 인상으로 시세가 하락할 경우 시세가 전세가격보다 낮아지는 소위 ‘깡통전세’가 되고 세입자는 전세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됨
⑦-1 특히 ⑤-1과 같은 상황일 경우 선순위 채권이 있어서 주택보증보험에 가입해도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움
숨진 ‘빌라왕’은 바지사장
…조직적인 배후세력 있었다
석연치 않게 사망한 빌라왕들의 배후에는 조직이 있었습니다. 경찰은 2021년 제주에서 사망한 정씨와 관련해 배후세력을 입건해 수사 중입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사망한 임대인의 배후가 한 컨설팅 업체라고 최근 확인돼 수사 중"이라며 "유사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판단돼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정씨에 앞서 사망한 ‘빌라왕’ 김씨 사건에서도 공범으로 의심되는 건축주·분양대행업자 등 5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특히 김씨는 단독 범행으로 보기에는 피해 규모가 너무 크고, 김씨의 말투가 어눌해 지적장애를 앓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배후설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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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유사사례 더 있을 듯
경찰은 앞서 언급한 정씨와 김씨 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수도권에서 404명이 주택 7만9432채를 소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습니다. 이 가운데 보유 주택 수 상위 20명은 본인 명의로만 총 1만2377채를 소유해 1인당 평균 618채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들 중 12명은 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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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 노출된 전세보증보험
빌라왕이라는 택도 없는 별칭이 붙은 ‘사기꾼’들은 전세보증보험 제도를 최대한 악용했는데요. 개념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정리해보겠습니다.
-전세보증보험이란 : 전세계약 종료 후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보증회사가 이를 대신 지급하고, 대위변제한 보증금은 보증회사가 임대인으로부터 회수하는 상품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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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전세란 : 남는 것이 없거나 손해를 본다는 뜻을 가진 ‘깡통을 찬다’와 ‘전세’를 결합한 용어입니다. 보통 주택담보대출 금액과 전세보증금의 합이 주택가격의 70~80%가 넘으면 깡통전세로 봅니다. 대출이 없더라도 주택가격이 전세보증금보다 낮아질 경우도 깡통전세에 해당합니다.
-HUG가 대신 변제한 보증금 현황 : 최근 몇년동안 보증금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데요. 2019년 2836억원, 2020년 4415억원, 2021년 5040억원, 2022년 9241억원이나 됩니다.
-보증보험의 구조적 문제점 : 현재 보증보험은 시세를 공시가의 150%까지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빌라나 다세대의 경우 정확한 시세를 알기 어려워서 이렇게 한 건데요. 예를 들어 공시가가 2억원이면 여기에 150%인 3억원까지 인정해준다는 거죠. 사기꾼들은 이걸 악용해서 전세보증금을 3억원까지 받아 챙기는 겁니다. 그러면 계약을 맺는 순간 깡통전세가 될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동안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최근처럼 가격이 하락할 때 깡통전세가 속출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사기 피해자들은 “HUG가 사실상 시세를 조작해주었기 때문에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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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보험 미가입자는? : 10일 국토부 설명회에 어떤 참석자분은 전세보증보험 미가입자라면서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며 울분을 토했다고 합니다. 야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요. 이 세상에 온갖 사기 범죄가 있는데 왜 부동산 사기만 정부가 책임져야 합니까? 다단계 사기는요? 일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기는요? 말이 되는 요구를 해야죠. 최소한 보증보험 가입해놓고 제도의 허점에 문제제기를 하는 건 이해하지만 보증보험 가입도 안 한 분이 큰소리치면서 정부 대책을 요구하는 건 동의가 안되는데요? 무슨 문제만 터지면 공과 사, 인과관계 등을 따지지도 않고 ‘국가는 어디에 있나?’를 외치는 분위기가 정상적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부 대책은?
정부는 정부대로 골치가 아픕니다. 전세보증사고가 증가할수록 여기에 투입해야 하는 예산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다양한 사기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데 전세계약에만 국가가 대신 갚아주는 것은 형평성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다단계 사기를 생각해보세요. 오롯이 사기를 당한 개인이 감당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12월1일자 레터
‘세모녀 전세사기’ 피해자 355명으로 늘어…전세사기 당하지 않는 방법은?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최근 정부가 추가로 내놓은 대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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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보호법 개정
-전세사기 대응 전담 TF 구성·운영
-법률 전문가, 공인중개사, 학계 등으로 구성된 13명의 민간 자문단 위촉
-국토부, 경찰청이 함께 전세사기 특별단속, 전세사기 의심사례 제공
-적정 전세가격과 악성 임대인 명단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자가진단 안심전세 앱 구축
-집주인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도 체납된 세금보다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우선 변제
'깡통전세' 숨긴 공인중개사
법원, “세입자에 손해배상”
한편 법원은 최근 '깡통전세'를 숨긴 공인중개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중개사 측이 성실하게 중개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며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세입자에게 보다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이나 소액임차인 발생 가능성에 관해 전혀 기재하지 않은 이상, 그릇된 정보를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