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주혜린·김유진 기자] 윤석열 정부가 원자력 발전 비중을 늘리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전 정부 때 제시한 목표치보다 낮춰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공방이 거듭될 전망입니다.
에너지 전문가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크게 줄이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며 기후위기 대응도 산업의 경쟁력 유지도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반면 단순히 목표 수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속도를 봐야한다며 비현실치 목표보단 현실적인 목표를 세운 것이라는 반대 입장도 나옵니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2030년 21.6%, 2036년 30.6%로 상향하는 방안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통해 밝힌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치는 30.2%였습니다. 이와 비교하면 이번 정부는 원전 비중을 다시 늘리고 신재생에너지는 속도 조절에 초점을 맞춘 셈입니다.
주요 국가들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이번 전력수급계획은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실제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비중의 5분의 1에 불과합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6.3%이었는데, OECD 평균은 31%였습니다. 7년 뒤에 이번에 세운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달성해도 현행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세계에너지총회(WEC)가 발표한 국가별 2022년 '에너지 트릴레마 지수'에서도 한국의 에너지 지속가능성은 66.1점에 그쳐 126개국 가운데 57위에 머물렀습니다. OECD 회원국 가운데서는 폴란드(59위)를 빼면 가장 낮은 성적입니다. 한국은 특히 탈탄소 전원 비중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이는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울러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주요 국가들이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보호무역 정책을 펴는 것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IRA는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이, CBAM은 탄소 배출 제품에 추가 관세를 매긴다는 게 주요 골자입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번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원전 살리기'를 최우선 정책 목표로 두고 이에 맞춰 다른 수치를 조정한 것에 불과하다"며 "미국이나 유럽에서 최근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관련 규제 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영향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 정부가 이전 정부의 '탈원전'을 비판했기 때문에 원전 확대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크게 줄이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조언했습니다.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 넷제로(탄소배출량 0)를 위해서는 2035년까지 전력생산 부문의 탈탄소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면서 "이번 계획대로 가면 2036년에도 전력생산의 화석연료 비중이 23.7%나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대로 가면 기후위기 대응도 산업의 경쟁력 유지도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반해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지난 정부에서 신재생 설비용량이 연평균 3.5기가와트(GW) 씩 증가했는데, 이번 정부에서 21.6%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5.31GW씩 증가해야한다"면서 "목표를 축소했다고 볼 건 아니고 속도상으로 봤을때 연평균 더 많이 증가하는 것이다. 지난 정부의 30.2% 수치는 달성이 힘든 목표였다. 21.6%라는 수치도 도전적인 목표라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하고 원전 비중을 2030년 32.4%, 2036년 34.6%로 확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은 아파트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주혜린·김유진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