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2023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보고하면서 시·도지사와 교육감 '러닝메이트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러닝메이트 제도'는 시·도지사 후보자를 정후보자로, 교육감 후보자를 부후보자로 등록해 유권자가 시·도지사 후보자에 대해서만 투표하고 교육감 당선자는 시·도지사 후보자의 투표 결과에 따라 결정하는 제도인데요.
얼핏 보면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동반 출마'하는 것 같지만 시·도지사 후보가 교육감 후보를 지명하는 방식이어서 사실상 '교육감 임명제'나 다름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교육이 행정·정치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데요. 교육 자치의 근간을 훼손하는 이런 정책을 교육부가 앞장서서 추진한다는 게 참 어이가 없습니다.
현행 '교육감 직선제'에서는 정당의 교육감 후보 공천이 금지돼 있고, 교육감 후보도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표방할 수 없습니다. 헌법 제31조 4항에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고 명기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러닝메이트 제도'가 도입되면 정당의 공천을 받아 당선된 시·도지사 후보가 미리 지명한 사람이 교육감으로 취임하게 되는 만큼 교육이 정치에 종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면 선거 과정에서 교육 의제가 주목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지역 교육계 인사가 교육감이 되기 위해 정치권에 줄을 대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질 수 있습니다. 교육이 정치화되는 것입니다.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정책이 추진된다는 점도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제1차 국정과제 점검 회의에서 "지금처럼 광역시·도지사와 교육감을 분리해서 선출하는 것보다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면 지방시대, 지방의 균형 발전에 훨씬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러닝메이트 제도' 도입 추진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인데요. 교육부는 '러닝메이트 제도' 도입을 위해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지방교육자치법)과 '공직선거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교육 전문가가 아닌 검찰 출신 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바로 교육 정책이 추진되는 것은 위험합니다. 전문가들의 논의와 국민 의견 수렴 등의 과정을 꼭 거쳐야 할 것입니다.
물론 '교육감 직선제'도 문제점은 있습니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저조한 '깜깜이 선거', 과도한 선거 비용이 들어가는 '고비용 선거'라는 것입니다.
실제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후보 한 사람당 선거 비용은 10억8000만 원으로 시·도지사 후보 선거 비용 8억9000만 원을 상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은 'TV 토론 활성화'와 '선거 공영제 확대' 등 다른 보완책이 있습니다. 무작정 제도를 폐지하기 전에 다른 대안은 없는지 한 번 더 숙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업무 보고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부총리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시·도지사와 교육감 '러닝메이트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사진 = 교육부 제공)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