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 캐스퍼가 지난해 5만대 가까이 팔리며 흥행하고 있지만 판매하는 현대차도,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매년 줄어드는 목표 생산량과 쌓이는 재고 물량, 수출 제한 등은 캐스퍼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현대차 노조와의 마찰도 우려됩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캐스퍼는 지난해 4만8002대가 팔려 현대차 레저용차량(RV) 중 팰리세이드(4만9737대)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했습니다.
현대차 캐스퍼.(사진=현대차)
현대차 위탁을 받아 캐스퍼를 생산하는 GGM은 2021년 9월 양산체제에 들어가 1만2100대, 지난해 5만대 등 누적 생산 6만2100대를 달성했죠.
출시되자마자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캐스퍼지만 올해 생산량이 줄어듭니다. 올해 캐스퍼 생산목표는 4만5000대로 지난해 5만대에서 5000대가 줄었습니다.
GGM 관계자는 "생산 목표를 10% 정도 낮게 잡은 것은 전기차 생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기간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선 시설 정비를 감안해도 목표량이 다소 적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당초 GGM은 2021년 1만2000대, 지난해부턴 연간 생산 목표를 7만대로 설정한 바 있습니다. 현대차와 5년간 7만대씩 총 35만대를 위탁생산하는 협약에 따른 것인데요. 하지만 지난해 계약한 생산 물량은 5만대였습니다. GGM의 연간 최대 생산량은 10만대로 손익분기점은 7만대 수준입니다.
생산량 조정은 이미 캐스퍼 판매량이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하다는 것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4만8002대도 연말 현대차 모델 중 유일하게 재고 할인이 적용되면서 판매량을 끌어올린 덕분이죠. 재고가 늘면서 현대차 차량 중 출고기간도 3~4주로 가장 짧습니다.
캐스퍼는 수익성을 위해 많은 생산 및 판매량이 요구되는 차량입니다. 경차 특성상 대당 판매 수익이 높지 않기 때문인데요. 대량 생산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높은 판매량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GGM은 2024년 전기차 양산에 들어간다는 방침인데요. 캐스퍼 전기차는 배터리 가격이 높은 만큼 기존 대비 높은 가격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차의 장점인 경제성을 생각하면 대량 생산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가격을 낮추려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GGM이 전기차 생산에 나설 경우 현대차 노조의 반발 가능성도 큽니다. 아직 현대차는 GGM에 캐스퍼 전기차 생산 위탁협약을 맺지 않았습니다. 현대차는 2025년 울산공장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는데요. 현대차 노조가 생산 물량 확보를 위해 캐스퍼 생산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캐스퍼 온라인 판매에 제동을 걸기도 했습니다.
또 판매량을 확대하려면 내수만으로는 힘듭니다. 수출로 판로를 넓혀야 하는데요. GGM은 캐스퍼의 내수 물량만 계약을 맺었습니다. 향후 3년 동안은 내수 판매만 가능한 상황입니다. 수출도 국내처럼 경차 혜택을 받지 못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에 성공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캐스퍼가 기존 경차와 다른 형태인 만큼 신차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내연기관차의 한계는 분명하다"며 "전동화하더라도 가격이 올라가고 수출 역시 경소형 전기차는 중국이 장악하고 있어 경쟁이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