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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를 잊은 사람들)"설에도 노량진에서 공부할래요"
설 이후 원서접수·시험 등으로 자습 집중
입력 : 2023-01-2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설 연휴에 학원 수업이 휴강해서 그동안 밀린 자습을 할 계획입니다."
 
1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경찰학원 앞에서 만난 수험생 A씨는 3월 말 있을 경찰공무원 공채 시험을 위해 이번 설 연휴에 학원에서 집중 자습을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시험이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는데, 하루 종일 강의를 듣다 보면 자습시간이 부족했던 점을 이번 연휴에 보완하겠다는 각오입니다. 집은 강동구에 있지만 오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학원 인근 고시텔에 3개월 계약을 해서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A씨는 "학원이 설 당일만 문을 닫고 나머지는 자습생들을 위해 개방한다"며 "집에서도 연휴에 괜히 왔다 갔다 하지 말고 공부에 집중하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거리 일대 모습. (사진=윤민영 기자)
 
노량진 컵밥거리에서 캐리어를 끌고 가는 수험생 B씨를 만났습니다. 설을 보내기 위해 고향에 가는 줄 알았더니, 캐리어에 책을 넣고 다닌다고 합니다. 두꺼운 책이 든 책가방을 메고 다니기 힘들어서, 이렇게 캐리어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B씨 또한 국가직공무원 5급 1차 시험을 3월 초에 앞두고 있습니다.
 
B씨는 "시험이 한 달 조금 넘게 남은 상황에서 두꺼운 책들을 무리하게 들고 다닐 필요는 없지만, 이렇게 들고 다녀야 불안함이 적다"며 "집에서 눈치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설을 체감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 평소 패턴과 똑같이 지내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무인 복사집 앞에서는 대학에 가기 위해 재수를 하는 학생 C씨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설 연휴 첫날과 당일은 가족들과 보낼 예정인데, 웬만하면 친구들을 만나지 않고 마음을 다 잡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C씨는 "연휴 마지막 날에 수능 필수 과목인 국·영·수 특강이 있다"며 "연휴라고 해서 쉬면 다시 마음을 잡기가 힘들 것 같아서 학원에 나오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카페,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수험생 여럿에게 인터뷰를 했지만 대부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설이 끝나면 바로 원서접수를 하고 막바지 시험 준비에 돌입할 계획이라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1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일대 모습. (사진=윤민영 기자)
 
"비대면 시대 자리잡으며 노량진 예전같지 않아"
 
이렇게 수험생들의 사정만 듣고 보면 노량진 거리가 설 연휴에도 북적일 것 같지만 생각보다 그렇진 않습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온라인 수업이 발달하면서 예전처럼 노량진 학원가가 문전성시는 아니라는 겁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폐업한 학원의 간판이 그대로 방치돼 있거나,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노량진'하면 떠오르는 컵밥거리를 가보면 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 9호선 노량진역 3번 출구로 나와 쭉 직진하면 도로변에 기다랗게 늘어선 컵밥 노점이 나오는데,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습니다. 컵밥거리 지도상으로 보면 23곳의 노점이 있지만 실제로 문을 연 곳은 10곳 남짓에 불과했습니다.
 
호두과자를 판매하고 있던 한 노점상인은 "아예 폐업한 곳도 있고 연휴 앞두고 일찍 문을 닫은 데도 있고 설 당일에도 영업을 하는 데가 있다"며 "코로나19 전부터 학생들이 줄어들고는 있었지만 지금도 크게 회복은 안 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복사·제본소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코로나19 때는 오가는 학생들이 절반 넘게 줄어들었고 거리두기 해제해도 매출 회복이 절반도 안됐다"며 "요즘은 복사집도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되는 데가 많아서 우리 같은 곳이 문을 많이 닫았다"고 말했습니다.
 
직업전문학교 인근에서 고시원을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는 D씨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묵고 있던 장수생들이 좀 있는데 진심으로 올해에는 합격해서 나가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고향에 가지 않는 숙박생과 함께 설에 떡국이라도 나누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1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일대 모습.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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