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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스토의 그림자, '데드 스페이스'의 불편한 귀환
입력 : 2023-01-20 오후 4:56:20
3인칭 공포 액션 게임 '데드 스페이스'가 출시 15년 만에 화장을 고치고 돌아옵니다. 리메이크판 데드 스페이스는 팬들의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안고 이달 27일 콘솔과 PC판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작품 발매 일주일을 앞둔 20일, 같은 장르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 업데이트가 배포됐습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크래프톤 산하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SDS)가 지난해 12월2일 출시한 기대작이었습니다.
 
두 게임 모두 같은 아버지를 두었습니다. SDS를 이끌고 있는 개발자 글렌 스코필드입니다. 글렌 스코필드는 2008년작 데드 스페이스 1편을 기획하고 '콜 오브 듀티' 프랜차이즈를 개발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달 27일 출시를 앞둔 '데드스페이스' 리메이크판 예고편. 실제 게임 화면도 별도 UI가 없어 몰입감을 높인다. (사진=유튜브)
 
돌아온 데드 스페이스를 바라보는 글렌의 심경은 복잡할 듯합니다. 데드 스페이스의 정신적 계승작으로 한껏 기대를 모은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지난달 출시 직후 혹평 받았기 때문입니다.
 
데드 스페이스는 먼 미래 우주 채굴선 '이시무라'호에서 주인공 아이작 클라크가 각종 공구로 한때 사람이던 괴물 '네크로모프'들과 외롭게 싸우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 게임은 주인공의 상체를 화면 앞에 세우고 체력을 척추에, 잔탄은 총기 조준경에 표시하는 식으로 화면 속 개별 UI를 없앤 점이 특징입니다.
 
총으로 머리 쏘면 수월했던 좀비 게임과 달리, 괴물의 팔다리를 잘라야 무력화 할 수 있는 ‘전략적 사지 절단’ 방식으로 호러 액션 게임의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대표 공구인 플라스마 커터를 가로세로 방향으로 돌리며 네크로모프 팔다리를 자르는 짜릿함이 있습니다. 그 사이 뒤에서 기습하는 괴물에 대한 공포도 따라다닙니다.
 
이 때문에 칼리스토 프로토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습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목성의 위성 칼리스토의 감옥에 갇힌 주인공 '제이콥 리'가 지옥으로 변한 교도소를 탈출하며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데드 스페이스처럼 개별 UI 없이 주인공 뒷목에 체력을 표시하고 무기에 남은 총알이 보이는 식으로 몰입감을 살렸습니다. 무찌른 적을 밟아 아이템을 얻는 점, 데드 스페이스 특유의 잔혹한 데드씬 전통을 이어받은 점 등도 높은 게임성에 대한 기대를 키웠습니다.
 
SDS는 게임 출시 전 공개한 3부작 다큐멘터리를 통해 게임의 공포 요소로 '무력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데드스페이스의 정신적 계승작으로 높은 기대를 받았던 칼리스토 프로토콜. 실제 배우 얼굴과 목소리를 그대로 쓰고 데드 스페이스 식 UI를 적용했지만 그 밖에 매력적인 요소가 단점보다 적어 혹평 받았다. (사진=유튜브)
 
하지만 뚜껑이 열리자 냄비가 식었습니다. 현실적인 그래픽, 플레이스테이션5의 듀얼센스 컨트롤러 기능을 최대한 활용한 손맛은 뛰어났습니다. 특히 캐릭터들의 연기와 표정이 자연스러운데, 이는 헐리우드 배우들의 얼굴과 목소리, 액션 연기를 게임에 그대로 입혔기 때문입니다.
 
반면 PC판 그래픽 성능 저하 문제와 적응하기 힘든 전투 방식, 게이머 입장을 헤아리지 않은 자동저장, 괴물의 다양성 부족, 식상한 결말 등이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기대작에서 '빛좋은 개살구'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한국 회사 크래프톤 산하 스튜디오 작품임에도 한국어 더빙과 자막이 부자연스러운 점이 국내 게이머의 실망을 키웠습니다. 영어 대사보다 한국어 번역 문장이 긴 경우, 악역의 대사가 서둘러 끊기는 일이 반복돼 몰입감이 떨어졌습니다.
 
현재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메타크리틱 유저 평점은 PC판 5.3점, PS5가 6.8점입니다. 
 
이에 EA 산하 스튜디오 '모티브'가 준비한 데드스페이스 리메이크 출시를 앞두고 '글적조(글렌의 적은 글렌)'이라는 관전 지점이 생겼습니다.
 
이번 리메이크작은 비약적으로 발전한 그래픽으로 현실감을 높이고, 과거 2편에 도입됐던 공중 부양 이동으로 이시무라호 탐험에 자유도를 높입니다. 네크로모프 등장 시점도 무작위여서 한 번 갔던 장소에 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새로 도입된 퍼즐 요소를 즐기려면 같은 장소를 여러 번 다녀야 하는데, 실내 조명과 산소 공급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공포감을 극대화합니다.
 
SDS는 지금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고 있습니다. 이날 SDS는 칼리스토 프로토콜에 '새 게임 플러스(+)' 기능을 넣고 몇몇 버그도 고쳤습니다. 새 게임+는 게이머가 첫 게임 결말까지 확보한 아이템과 무기 업그레이드를 가진 상태로 새 게임을 시작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게이머들은 이 기능이 발매 두 달이 다 되어 추가된 점이 미완성 게임의 다급한 발매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해석합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올해 상반기 추가 콘텐츠 공개도 앞두고 있습니다. 이 콘텐츠가 본작의 식상한 결말과 부실한 세계관을 상쇄하고 재평가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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