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정해훈·주혜린 기자] 정부가 공기업·공공기관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됩니다. 지역 활성화 등 공공기관 유치가 중요한 지방 도시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공기업·공공기관의 통폐합과 관련해 신중해야할 문제라며 기관의 사회적 가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30일 <뉴스토마토>가 행정·경제·사회 전문가들에게 공기업·공공기관 통폐합에 대해 문의한 결과, 공공 가치를 높이는 차원에서 접근해야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이들 기관의 조직을 개편, 통폐합하고 불필요한 자산 매각 추진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력 효율화를 위해서는 공공기관 전체 정원의 2.8%인 1만2442명을 구조조정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습니다.
지방출자·출연기관 설립 기준도 강화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우 공사·재단 설립을 변경하거나 재검토에 착수한 상황입니다.
경기도의 경우 경기서민금융재단, 경기도청소년재단 신설을 추진 중인데 새로운 개정안을 충족시키기 위해 내부적인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인천시도 인천에너지공사와 인천문화예술회관 재단법인 설립을 추진 중인데, 개정된 기준을 적용하면 설립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됩니다.
충남도는 정부 정책에 따라 경영효율화를 위해 도 출자·출연 공공기관 통폐합과 이전을 추진 중인데, 이를 두고 지역 여야 의원들의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입니다. 아울러 이번 정책으로 공공기관 신입 채용이 줄어 청년 취업문이 높아진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서울 소재 한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인력 감축 정책을 추진하면서 모든 공기업이 조금씩 신규 채용을 줄인 상황"이라며 "2020년부터 신규 채용은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올해 규모가 가장 적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 정부는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공공기관의 역할을 많이 강조했다"며 "정부 정책이 바뀌었다고 해서 공공 일자리에 불안정성이 생기거나 비정규직의 문제가 다시 제기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대가 변한 만큼, 공기업·공공기관의 '효율성'을 과거와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습니다.
강제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효율성을 경영상의 이익으로만 따졌다면 이제는 사회적 가치 차원에서도 고려해볼 문제"라며 "국민의 전체 이익인 '공공 가치' 측면에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기업은 민간기업과 달리 시장성보다 공공성을 위해 설립된 곳"이라며 "통폐합을 하면 국민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갈지를 중심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공기업·공공기관별로 성격도 다른데 통폐합을 모든 곳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문제"라며 "인력 감축이나 통폐합이 필요한지 개별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적자가 쌓인 공기업을 효율화하기 위해 통폐합을 뛰어넘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지난 정부들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실을 공기업으로 떠넘겨 국민 세금 부담으로 이어진 사례들이 많은데 우선 이런 일부터 없애야 한다"면서 "외국의 경우 에너지 공기업은 급여도 많이 받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인데 이걸 정부가 계속 가져갈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볼 문제"라고 조언했습니다.
30일 <뉴스토마토>가 행정·경제·사회 전문가들에게 정부의 공기업·공공기관 통폐합에 대해 문의한 결과 공공 가치를 높이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공공기관 민영화 규탄 집회하는 장면.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정해훈·주혜린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