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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마약과의 전쟁)③마약 청정국 되려면 '조직·법률·예산' 절실
각개전투 중인 부처들…실무 컨트롤타워 구축 시급
입력 : 2023-02-0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윤석열정부가 외치는 '마약과의 전쟁'의 진의가 무엇이든, 국내 마약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데에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같습니다. 인구 5000만명을 기준으로 마약류 사범이 1만명 이하면 '마약 청정국'으로 불리는데, 한국은 2015년부터 1만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대검찰청이 지난해 발간한 '2021 마약류 범죄백서'를 보면, 마약류 사범은 2019년부터 3년 연속 1만6000명을 상회했습니다.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2022년은 사상 처음으로 2만명을 넘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2021년 마약 압수량은 1295.7㎏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5년 전인 2017년 154.6㎏보다 8배나 많아진 수치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마약 투약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2020년도 이후 마약 투약의 주요 연령은 20대가 되었습니다. 19세 이하 비율도 매년 늘고 있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흩어진 마약류 정책·실무 통합할 컨트롤타워 시급
 
전문가들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마약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처·청별로 흩어진 마약류 정책과 실무를 통합하는 범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현재 범정부 차원의 마약류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은 국무총리 소속 아래 ‘마약류대책협의회’가 맡고 있습니다. 법무부, 보건복지부, 경찰, 식약처 등 10여 개 부처가 참여합니다. 지난해까지는 국장급으로 운영됐는데, 올해부터 국무조정실장 주관 관계 차관회의로 격상됐습니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에 맞춰 정책 기능을 강화한 것이지만, 실무에서 각 부처의 유기적 연계나 실질적 조정을 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습니다. 가령 해외에서 밀반입되는 마약류의 경우 밀수를 단속하는 해양경찰청과 관세청 그리고 마약 사범을 수사하는 경찰 및 검찰 등의 협력과 공조가 필수입니다. 
 
하지만, 각 기관은 적은 인력과 부족한 예산으로 각개전투를 하다 필요시에만 공조를 합니다. 게다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마약 인지수사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수사권 제한 등으로 마약류 사범 수사의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미국의 마약단속국(DEA)과 같은 한국식 마약청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DEA는 미국 법무부 산하 독립기관으로서, 규제 약물을 직접 통제하고, 각 연방정부와 각 주 지방정부 수사기관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외국 기관과의 사법 공조 창구 역할을 합니다. 
 
수사뿐만 아니라 치료·재활 반드시 병행해야
 
다만 마약청이 그저 단속과 수사의 비효율만을 극복하기 위한 기구여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마약류는 끊기 어렵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김영호 한국중독전문가협회 회장(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은 "본인이 원했든 원치 않았든 마약을 한 번 접하면 돌이킬 수 없는 중독의 늪에 빠져들 정도로 마약류 사범은 재범률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은 35% 이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일한 죄명으로 3년 내 다시 교도소에 재복역하는 비율이 45%를 넘습니다. 3명 중 1명꼴로 '투약-수감-출소-재투약-재수감'이라는 중독의 회전문에 갇혀 있는 겁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따라서 전문가들은 중독자를 치료해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시키지 않으면 마약 수요는 쉽사리 줄어들지 않을 것이고, 결국 마약류 사범만 늘어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현재 정부의 마약류 대응 기조를 보면 전방위적 수사와 단속 그리고 강력한 처벌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가시적으로 성과를 드러내기에 좋은 방식입니다.
 
하지만 세계 기구나 미국은 다릅니다. 유엔 약물과 범죄 사무국(UNODC)은 마약류 중독의 회전문을 깨기 위해 형사사법 시스템이 치료의 관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미국의 DEA 역시 마약류 오남용에 관한 사전 예방·교육 활동과 함께 단속된 마약 중독자들에 대해선 민간단체와 연계해 치료·재활 지원 사업도 벌입니다.
 
김 회장은 "마약류 범죄자의 체포는 치료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며 "마약류 범죄가 발생하면 경찰 조사-검찰-법원-교정기관-보호관찰 시스템의 연속선상 안에서 순차적으로 중독의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질병의 관점에서 치료재활 전문가가 단계별로 개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더 나아가 마약류 사범이 죗값을 받은 후에는 치료와 재활이 필요한 환자임을 수용하고, 이들을 지역사회 내에서 지속 모니터링하면서 재활을 도울 수 있는 치료 재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때문에 마약청은 법무부 산하보다는 국무총리실 산하가 좋을 것이라고 의견도 나왔습니다. 김 회장은 "법무부 산하가 되면 검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단속과 처벌 위주 가시적 성과만 나오게 될 것"이라며, "단속-처벌-예방 교육-치료-재활을 아우르는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정책을 위해서는 국무총리실 산하가 더 효율적일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마약 청정국 되려면 법률 정비하고 예산 확보부터
 
제대로 된 마약류 중독자의 치료 재활을 위해서는 관련 법률의 정비와 예산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김 회장은 "현재 '마약류 등에 관한 법률'의 주관부처는 식약처이지만 중독자 치료재활에 대해 책임 있는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있으며, 마약퇴치운동본부를 통해 소규모의 예산을 지원하면서 이 문제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복지부 또한 정신보건 담당 부서에서 마약류 중독자 병원치료 프로그램인 치료보호 제도에만 관여할 뿐입니다. 복지부가 담당하는 '정신건강복지법'에는 마약류 중독자 치료 재활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습니다. 
 
올해 복지부가 마약류 중독자의 병원 치료를 지원하는 치료보호 제도 예산이 4억여원입니다. 지난해에서 1원도 늘지 않았습니다. 마약류 중독자 1명을 치료하려면 평균 입원 치료 3개월, 외래 치료 1년이 걸리고 대략 600만~700만원이 든다고 합니다. 4억원의 예산으로는 1년에 60여명밖에 치료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전국에는 21곳의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병원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겨우 2곳뿐입니다. 치료할 전문의가 없는 데다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충분히 편성하지 않아 치료를 하고도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예산도 확보하지 않고 마약류를 뿌리 뽑겠다고 말하는 것은 허풍에 불과합니다. 김 회장은 "마약류 문제 해결의 첫 단추는 법률의 개정 및 제정이고, 필수조건은 예산 확보"라며 "이것 없이 진행되는 마약류 정책은 결국 기존 정책의 말 바꾸기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
유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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