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그랑 한 푼, 땡그랑 두 푼. 돈이 생기면 나중을 위해 '저금'을 하라고 배워왔습니다. 일년 중 한번, 세배를 하고 나름 목돈을 확보할 수 있는 세뱃돈도 저금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지금 아끼고 저축해야 나중에 필요할 때 쓸 수 있다'라는 부모님 가르침을 이견 없이 받아들였습니다. 친구들과 세뱃돈을 얼마큼이나 많이 받았다는 허황된 자랑은 했을지언정 쓸 줄 모르고, 갖고 싶은 것은 마음에 새기며 말입니다. 개미와 베짱이 책을 읽을 때도 '베짱이는 게으르다, 현재의 즐거움을 뒤로하고 미래를 위해 준비를 하는 개미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 독후감의 정석인 양 현재의 만족보다는 '나중'을 위해 비축하는 삶을 우선시했습니다.
얼마 전 아이와 함께 EBS 딩동댕유치원을 시청했습니다. '설날, 세뱃돈'이 주제였습니다. 설날을 앞두고 시기적절한 주제였습니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저축하는 습관을 이참에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세뱃돈을 받으면 두 개의 통에 나눠 관리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저금통과 지금(쓸)통에 나눠 관리를 해야 한다고요. 이러한 교육을 받은 딩동댕유치원의 주인공이 지금통에 세뱃돈을 전부 넣으려 하자 엄마가 등장해 눈치를 보다 저금통에 더 많은 돈을 넣고 TV는 끝이 났습니다.
돼지저금통. (사진=연합뉴스)
현재 기업들은 주력 소비주체로 부상하고 있는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현재의 행복 추구, 본인 중심의 소비를 중시하는 이들의 소비패턴을 분석하면서 공략할 것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MZ세대 이후 새로운 소비계층은 계속해서 나올 것입니다. 언젠가 '지금통'을 사용한 세대들이 주력 소비주체로 부상하는 날도 다가오겠죠. 마냥 아끼는 것보다는 쓸 줄 아는 소비자들이 많아질수록 가성비보다는 감성소비를 중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의 신념과 가치관을 소비에 적극적으로 투영하는 것을 의미하는 미닝아웃(MeaningOut)의 가치는 더 커질 것입니다.
미래 세대의 달라진 돼지저금통을 보다보니, 통신 담당 기자로서도 생각이 많아집니다.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 가운데 필수재로 자리잡은 통신서비스도 이러한 MZ의 소비 가치를 반영해 발전해나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특히 최근 시장의 관심이 높은 알뜰폰 서비스의 경우 단순히 저렴한 서비스만을 장점으로 내세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기존 세대들이 쓰던 기존 통신서비스와 다른 차별점을 찾고, 아끼는 게 미덕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세대들이 기꺼이 선택할 수 있는 가치 구현을 통해 성장의 방향성을 세워야 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