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제지업계가 미래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전체 매출에서 관련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높은 단가 때문에 기업들의 선호도가 아직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지업계는 친환경 제품이 보편화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무림의 친환경 브랜드 '네오포레'. (사진=무림)
디지털 전환과 스마트폰의 보급 등으로 디스플레이 활용이 일반화되면서 인쇄용지에 대한 전방수요는 점차 감소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인쇄용지의 과도한 사용이 친환경에 반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제지업계엔 대안이 필요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이 불면서 플라스틱 등을 재생 가능한, 혹은 생분해 가능한 종이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종이의 친환경적 가치가 재조명된 것입니다. 제지업계는 여기서 친환경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친환경 제품 생산과 품질 개선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무림은 지난 2020년 친환경 브랜드 '네오포레'를 론칭하면서 친환경 제품 생산에 본격 돌입했습니다. 생분해성 인증을 획득한 친환경 종이컵 원지 '네오포레 CUP'과 종이빨대용 원지 '네오포레 STRAW'을 개발하고 이어 지난해에는 얼렸다가 다시 녹이더라도 쉽게 찢어지지 않는 냉동식품 파우치형 종이 포장재를 개발했습니다. 무림은 한국콜마, CJ대한통운 등과 손잡고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대체할 새로운 종이 제품을 개발·적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친환경 용기인 '펄프몰드' 개발을 마쳤습니다. 무림은 총 200억원을 투자해 울산 공장에 연면적 5492m²(약 1661평) 지상 2층 규모의 펄프몰드 공장을 완공했습니다. 연 약 1억2000만개 제품 생산이 가능한 최신식 설비를 갖췄습니다. 국내 업계 최대 규모의 펄프몰드 설비로, 다양한 틀로 샌드위치 박스나 배달음식 박스를 코팅 없이 만들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한솔제지(213500)는 재생펄프와 감귤, 알로에 껍질을 활용한 친환경 재생 용지, 기존 플라스틱이나 비닐, 알루미늄을 대체할 수 있는 종이 연포장재 프로테고, PE-프리 코팅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용기 테라바스, 나무에서 유래한 천연 소재인 나노셀룰로오스 듀라클, 미세 플라스틱 걱정 없는 고래를 구하는 물티슈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9일에는
신세계푸드(031440)와 친환경 포장재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습니다.
제지업계가 이처럼 제품 개발에 나서고 업무협약도 맺고 있지만 실질적인 매출은 아직 부진한 실정입니다. 제지업체의 제품은 B2B(기업 간 거래)로 이뤄지는데 아직 기업들의 반응이 미온적입니다. 한 제지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사실 매출에 별 영향이 없다"며 "아직은 도입 단계라 성과가 좋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제지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제품 가격은 기존 플라스틱과 비교하면 수 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아무래도 기업들이 높은 단가를 부담스러워 한다"며 "단가를 낮추려면 생산을 늘려야 하는데 아직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친환경 바람이 부는 것에 비해 아직은 대기업조차 높은 단가를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입니다. 당장 재료비가 올라가면 기업의 경우 이익률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선뜻 구매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제지업계로서는 설비, 연구비 등 투자한 금액이 있으니 얼른 제품 판매로 이어져야 다른 제품 개발과 이익 창출이 가능한데 아직은 제자리에서 맴도는 형태입니다.
제지업계는 친환경 제품의 본격적인 판매를 위해서 인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가가 조금 더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쓰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고 느껴져야 기업들이 구매를 꺼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제지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도 친환경 제품 구매를 망설이는 형국이어서 그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우 기대하기도 어렵다"며 "인식이 변화해서 대기업부터 친환경 제품을 쓰고, 소비자들도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져야만 제품 판매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대신 초등학교 등 교육과정에서 환경 교육이 구체적으로 이뤄지면서 인식이 바뀌고 있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서 시작된 친환경 붐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제지업계는 기대했습니다. 알파세대가 구매력을 갖추면 친환경 제품 사용이 더욱 당연시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제품 생산량도 늘어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로 친환경 제품의 가격도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