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롯데케미칼(011170)이 지난해 매출 20조원을 돌파했음에도 적자로 전환하며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대규모 증설 유입에 따른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일진머티리얼즈(020150) 인수 등 굵직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실적 부진까지 겹쳐 재무부담도 확대될 전망입니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예상 매출은 22조4089억원, 영업손실 4893억원으로 예측됐습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3.6% 증가하며 사상 첫 20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수익은 시황 악화로 적자 전환했습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사진=롯데케미칼)
에틸렌 수익성 악화로 적자 전환
석유화학업계는 원재료 가격 상승과 주요 제품 수요 감소를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는데요. 반도체·가전 등 글로벌 전방산업 전반에서 수요가 줄어들면서 폴리에틸렌(PE) 등 기초소재 분야 주요 제품 수요 역시 위축됐습니다.
롯데케미칼의 주력 제품은 에틸렌 등 기초소재입니다. 원유에서 추출한 기초 원료인 나프타를 수입한 후 이를 열분해(NCC)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벤젠 등을 생산·판매합니다. 롯데케미칼은 에틸렌 생산량 기준으로는 국내 최대 업체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중심의 대규모 에틸렌 증설로 인한 글로벌 석유화학 제품 공급 과잉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원자재(나프타) 가격은 상승했지만 공급 과잉으로 제품 가격은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것이죠.
올해 역시 글로벌 에틸렌 증설이 약 918만톤으로 수요 증가 연 400만톤을 상회해 공급과잉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중국의 자급률 증가로 리오프닝(경영활동재개) 수혜가 기대보다 약하고 높은 유가 수준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데요.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부의 매출은 3조5874억원으로 전체 매출(5조6829억원)의 63.1%를 차지했습니다.
롯데케미칼 실적 추이.(그래픽=뉴스토마토)
차입금 7조, 롯데건설 등 그룹사 자금지원 부담
이에 롯데케미칼은 사업 구조의 근본적 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집중하고 있는 사업은 배터리 소재 분야인데요. 2030년까지 총 7조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 일환으로 2조7000억원을 투입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는데요. 이달 말까지 인수 잔금 2조4300억원을 납부해야 합니다.
지난달 19일 진행한 유상증자를 통해 1조2155억원을 조달했고 이중 6050억원, 그리고 자체 현금 3950억원을 인수 자금으로 쓸 예정입니다. 나머지 약 1조7000억원은 금융권에서 차입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케미칼의 차입금은 5조6244억원인데 1조7000억원을 차입하면 7조원을 넘습니다.
또 롯데그룹 계열사 자금 지원도 부담입니다. 지난해 10월 롯데케미칼이 최대주주인 롯데건설에 5000억원을 빌려줬고 롯데지에스화학에도 306억원을 추가로 출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건설업 불황으로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에 추가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는데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등 배터리 소재 사업과 수소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롯데케미칼의 투자계획은 2030년까지 13조원에 달합니다. 2025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설립 중인 인도네시아 대규모 석유화학단지에 대한 총투자금도 5조5000억원입니다. 투자계획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현금 지출과 차입확대가 일어나는 만큼 재무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롯데건설이 5000억원을 조기 상환했고 파키스탄 자회사 롯데케미칼파키스탄(LCPL)의 경영권 매각 등을 통해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당분간 외부 경영환경 때문에 녹록지 않지만 수소·배터리를 포함한 미래 신사업 투자는 차질 없이 진행 중이고 자금조달에도 문제가 없다"며 "기존사업의 경우 수요처와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해 경쟁력을 높여나겠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