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기자]서울경찰청이 대통령실의 천공 관련 의혹 고발장 처리과정 초기부터 피고발인의 방어권을 무력화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고발을 당한 피고발인의 권리는 무시한 채 '비밀주의' 로 일관하면서 일방적인 고발인 중심 수사로 흘러갈 가능성도 대두됩니다.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서울경찰청의 태도에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대통령실의 '하명수사'라는 점을 감안해도 서울경찰청이 초반부터 지나친 '몸사리기'로 일관한다는 게 중론입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사진=뉴시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정보공개'만 되풀이
대통령실은 지난 3일 민간인(천공)의 대통령 관저 이전 개입 의혹을 제기한 본지와 한국일보 기자 및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을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형사 고발했습니다. 혐의는 명예훼손입니다.
일반적으로 고발장이 경찰 등 수사기관에 접수되면 피고발인은 사법적 대응을 위해 준비해야 합니다. 방어권 형성을 위해서 입니다. 고발인이 적시한 피고발인이 누구인지는 지목된 해당인뿐 아니라 소속 회사에게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은 대통령실의 고발장을 접수한 뒤 폐쇄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본지는 4명의 기자가 바이라인(기사 작성에 관여한 기자 이름)을 달고 기사를 출고했습니다. 사안의 중대성과 파급력 등을 고려해 팩트확인에 신중을 거듭하기 위해 4명이나 되는 기자가 작성에 투입됐습니다.
대통령실은 보도 이후 본지와 더불어 한국일보 '매체의 기자들'을 형사 고발했습니다. 본지는 고발 이후 피고발인의 방어권을 위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고발당한 기자들의 목록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정보공개 청구를 하라"는 앵무새같은 되풀이 뿐이었습니다.
기사 작성에 참여한 기자 개인이 자신의 고발 여부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관련서류 미비 등을 빌미로 반려했습니다. 피고발인 당사자가 직접 정보공개를 청구했음에도 말이죠.
본지는 대통령실의 고발장 제출에 대해 변호인단을 꾸립니다. 변호인이 본지 기자들의 변호를 맡기 위해서는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해야 합니다. 형사 사건에서 변호인을 선임하면 이 사실을 법원에 알려야 합니다.
법원에 선임계 제출을 위해서는 변호인이 누구를 상대로 변호하려는지 명확해야 합니다. 이럴 경우 수사기관은 변호인이 선임계 제출을 위해 피고발인 명단을 요구하면 통보해 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변호인을 통한 피고발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변호인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아가라는 답변만 내놨습니다. 문제는 대통령실에서 고발한 본지 기자가 4명인지 3명인지, 제작을 총지휘하는 편집국장과 회사 등도 고발장에 적시돼 있는지 여부가 '깜깜이'라는 겁니다.
이럴 경우 변호인 선임계 제출 및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피고발인의 방어권과 대응을 위한 준비과정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경찰청의 모습(사진=뉴시스)
법조계 "이해할수 없다"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의 대응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중론입니다.
대통령실의 '하명수사'라는 점을 고려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몸을 사리는 측면'이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과도하게 피고발인의 방어권을 제약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곽상언 변호사(법무법인 인강)는 "이렇게까지 과도하게 경찰이 통제하는 것은 처음 겪는다"며 "고발인(대통령실)의 눈치를 너무 살피고 폐쇄적인 자세로 일관해 피고발인의 권리를 제약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고발한 대통령실의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스스로 방어막을 치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피고발인의 권리는 무시된 채 일방적인 수사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기자 seoultubb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