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관저.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역술인 천공의 지난해 3월경 용산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 육군본부 서울사무소 사전답사 의혹을 밝혀 줄 A주임원사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는 짧은 답변을 내놨습니다. 사실관계 확인을 바라는 뉴스토마토 취재팀의 거듭된 요청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A주임원사는 당시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의 공관을 관리한 부사관으로, 천공의 방문을 직접 목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남영신 전 총장이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피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의혹의 진상을 규명해 줄 결정적 인물로 주목됩니다. 그런 그가 천공의 방문 의혹을 부인하지 않고 함구를 택했습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최근 출간한 저서 <권력과 안보: 문재인정부 국방 비사와 천공 의혹>에서 당시 일기를 토대로 "2022년 4월1일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 행사 때 만난 육군총장으로부터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천공이 인수위 고위관계자와 함께 국방부 영내에 있는 육군 서울사무소와 한남동에 자리한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했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부 전 대변인은 "며칠 후 (남영신)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언론에 알려야 하냐고 물었다"며 "총장은 자기는 괜찮지만 현역인 부사관이 걱정된다며 절대 비밀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도 털어놨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부사관이 A원사입니다. 현재 그는 B군단 주임원사로 근무 중입니다. 취재팀은 남영신 전 총장에게도 숱하게 연락을 취했지만 접촉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관계만이라도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취재팀은 천공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언론과는 인터뷰하지 않는다"는 말만 남겼을 뿐, 부인은 없었습니다.
앞서 지난 2일 본지는 부 전 대변인과의 인터뷰 등을 토대로 지난해 3월경 천공,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 팀장), '윤핵관'인 모 의원이 용산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의 서울사무소를 사전 답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대통령 관저 결정에 민간인이자 역술인이 개입한 것으로, 대단히 심각한 사안입니다. 천공의 과거 측근이자 전직 정법재단 관계자는 취재팀에 이를 "최순실 국정농단 시즌2"라고 규정했습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 같은 의혹을 단독 보도한 <뉴스토마토> 기자들과 <한국일보> 기자, 부승찬 전 대변인을 경찰에 형사 고발했습니다. 대통령실이 현 정부 출범 이후 현직 기자들을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게다가 경찰은 변호인의 요청에도 피고발인조차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방어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10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72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56.6%는 '천공 의혹'을 규명할 야당의 청문회·국정조사 추진에 '필요하다'고 동의를 표했습니다. '필요하지 않다'는 답은 34.4%에 그쳤습니다.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9.0%였습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여전히 해당 의혹을 '가짜뉴스'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