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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차별과 혐오의 AI 시대
입력 : 2023-02-15 오전 6:00:00
인공지능(AI) 기술인 '챗지피티(Chat GPT) 3.5'의 등장으로 전 세계가 술렁이고 있다. 정말 인공지능의 시대가 눈 앞에 도래한 느낌이다.
 
챗지피티 3.5가 작성한 대학교 리포트와 학생이 작성한 리포트가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하며 대학교수들이 학생들을 평가하는 것이 너무나 어려워질 것이어서 대학에 비상이 걸렸다. 쳇지피티 3.5에게 미국 의사 면허 시험을 보게 하였더니 의사 면허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의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획기적인 기술 발전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 기술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 보다 명확한 윤리적 기준이 세워져야 한다는 점이다. 챗지피티는 데이터 선별부터 학습, 성능 평가까지 사람이 적극 개입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윤리적 기준이 간과될 경우 사람을 해치는 기술로 발전할 수 있다. 실제 약 2년 전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 기술로 인해서 인공지능의 윤리적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고, 영국 대입시험에서 거주지역에 따른 알고리즘 차별로 교육 불평등의 결과를 초래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백인 중심주의 하에 학습을 한 인공지능은 흑인을 고릴라로 판독하는 결과까지 보였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차별과 혐오의 AI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 기술의 주요 선진국은 인공지능의 윤리적 기준을 확립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AI와 알고리즘 이용에 대한 지침'을 발표하였는데, 이 지침에 따르면 AI와 알고리즘 이용의 기본적 윤리적 기준은 (1) 투명성 제고, (2) 의사결정 설명, (3) 결과의 공정성 보장, (4) 데이터와 모델의 타당성 보장, (5) 책임을 기본적인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신뢰할 수 있는 AI 가이드라인’은 (1) 신뢰 가능한 AI 확립, (2) 구현 및 (3) 적용을 기본적인 기준으로 하고 있다. 
 
한국 역시 다수 관련 부처에서 인공지능 윤리원칙을 확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만, 윤리적 기준이 너무 추상적이고 일반화된 보편적인 기준만으로 정립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윤리적 기준으로서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개발자와 정책 입안자들 간의 긴밀한 소통이 이루어 져서 인공지능 기술 및 기업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한 윤리적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윤리적 기준이나 규범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각 산업과 분야별로 구체적이면서도 어느 정도 구속력이 있는 윤리적 규범이 확립되어야 한다.
 
오픈에이아이는 올해 안에 '지피티 4'를 출시한다고 예고하였다. 지피티 4는 인간이 기진 시냅스 수인 100조 개 상당의 매개변수를 갖출 것으로 예상되어 더 뛰어난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이 전 세계가 인공지능의 주도권을 가지려고 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외부적 여건에 얽매이지 않고 혁신적이면서 보편 타당한 결과를 도출해 내는 인공지능 기술을 만들어 내려면 명확한 윤리적 기준의 확립이 전제되어야 한다.
 
의외로 2023년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전면에 두고 홍보하는 스타트업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반도체처럼 모든 기술의 밑바탕이 되는 기술이어서 더 이상 강조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모든 기술의 기본이 되고 있는 현재 한국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명확한 윤리적 기준이 세워지고 그 기준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작동할 때 한국에서 더 혁신적인 인공지능 기술이 개발되고 세계를 주도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서 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 공존하는 인간 중심의 인공지능 시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안희철 법무법인 디라이트 파트너 변호사 
권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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