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이 전기차 전환을 이유로 연이어 구조조정을 하고 있습니다. 몸집을 줄이고 자금을 확보해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겠다는 취지인데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면서 자동차 산업의 인력 구조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포드는 최근 유럽에서 3800명의 직원을 감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유럽 전체 직원의 11% 수준입니다. 포드는 구조조정의 배경으로 전기차 전환을 들었습니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가 적고 공정이 단순해 생산인력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차량 1대당 약 3만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1만9000개가 탑재됩니다.
현대차 아이오닉 5.(사진=현대차)
르노는 내년까지 2000명을 감원할 계획입니다. 폭스바겐은 독일 내 6개 공장에서 전체 12만명의 근로자 중 최대 5000명을 감원합니다.
제너럴모터스(GM) 역시 2019년 초 4000명 이상의 대대적인 감원을 진행한바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한국지엠의 경우 지난해 부평2공장을 닫았습니다.
업계에서는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전환이 완료되는 2035년까지 자동차 업계에 생산직 근로자 수가 대거 감축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전체 자동차 생산의 10%를 전기·수소차로 생산하면 고용은 17% 감소, 20% 생산 시 30% 감소, 30% 생산 시 38%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2026년부터 자동차 산업에서의 고용 감소가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동화 대전환'이 불러온 그림자인 셈이죠.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직 인력을 줄이는 대신 소프트웨어 분야 엔지니어 인력을 늘리고 있습니다. 현대차도 최근 연구개발본부 전 부문에 걸쳐 세 자릿수 규모의 경력직 채용을 시작했습니다.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 체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대규모 R&D 경력 인재 확보에 나선 것인데요.
일본 토요타는 지난해부터 신규 채용의 40% 이상을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으로 채워 1만8000명을 확보했습니다.
자동차 산업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지식·기술집약적 산업으로 변신하면서 고용 성격도 조립 인력에서 개발·서비스인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죠.
구조조정이 가시화하면서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 인력이 느끼는 위기감은 폭증하고 있습니다. 미래차 신사업 인력 양성과 내연기관 인력 직무 전환 등 미래차 산업의 포용적 고용 전환을 위한 인적자원 정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