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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민심과 유리된 정치, 대의민주주의 아니다
입력 : 2023-02-23 오전 6:00:00
압도적 다수로 원내 1당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여론조사 지지도에서는 제2당이 돼 있다. 최근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그렇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하향경쟁이라 할 정도로 양당 모두 지지부진했다. 민주당이 ‘이재명 블랙홀’에 빠지면서 하락 추세를 보이더니, 우위를 점해왔던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오차범위 밖으로 밀려 제2당이 됐다. 원내의석과 국민지지가 비대칭으로 유리된 구조다. 내각제 국가라면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지지도는 오르내릴 수 있다. 일희일비하지 말라고도 한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도 추락은 '이재명 변수'가 해결되지 않는 한 반전시키지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 주류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정적제거 기도와 조작수사에 단일대오로 맞서자며 더 강하게 나서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이 이 문제를 전면화 시킬수록 민주당 지지도는 하락한다. 정부와 검찰에 대한 성토보다 이대표와 민주당의 행보에 대한 비판여론이 더 크다는 논거이다. 민주당이 민심에 맞서는 행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의민주주의는 선거에서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선거 이후에도 유권자에 호응하고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민심에 유리된 정치를 할 때 해법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종종 ‘위임독재’ 그들만의 ‘권력카르텔’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루소(Jean-Jacques Rousseau)는 선거에서 투표가 주권을 실현하는 과정처럼 보이지만, 그때부터 권력자에게 주권이 넘어가버리고 시민은 노예나 다름없게 된다고 대의제 자체를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포기할 주권마저도 갖지 못했던 시대에 비하면 오늘날의 대의제는 민주주의에 더 가깝다.
 
불신임이나 의회해산으로 국민에게 책임지는 내각제에 비해, 우리 정치체제는 민심에 대한 대응이 경직된 체제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제도가 있고,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이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민심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 위법에 대한 심판 장치이고 실제 작동하기가 매우 어렵다.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지만, 이 또한 현 권력카르텔의 기득권을 넘어야 하는 어려운 문제이다. 현재로서는 여야세력간의 견제, 그리고 선거에서의 심판이 우리 대의민주주의의 동력을 살리는 보완책이다.
 
유감스럽게도 근래 야당의 정부에 대한 견제력이 거의 작동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탄핵 후유증으로 무력화된 상태였고, 요즘 제1야당 민주당은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자충수에 빠져 있다. 남은 대의민주주의 동력은 그나마 선거에서 유권자의 심판, 이를 무기로 한 사전 경고이다.
 
심판으로 정권이 교체되기도 하고, 국회 세력 구도가 바뀌기도 한다. 그런데 매우 제한적이다. 양당간에 주고받을 뿐이다. 양당 독과점의 ‘권력카르텔’ 체제에서는 민심이나 정당개혁보다는 차기 공천에 목매달게 된다. 그들에겐 국민에 대한 책임보다 당 실세에 대한 충성이 중요하다. 요즘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에서 보고 있는 바이다.
 
양당 독과점체제를 보호하는 제도의 개혁이 근본인 과제이다. 당장은 유권자의 적극적인 심판 투표가 필요하다. 양당 모두 민심을 담지 못하다면 ‘짜장면과 짬뽕 중의 선택’이라는 타성을 넘어 제3의 선택도 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기성 양당도 민심에 더 호응하게 된다. 역술 논란 재연이나 종교집단 같은 단일대오 소집이 아니라 민생개혁과 국가비전 앞의 생산적 경쟁정치를 보고 싶다.
 
김만흠 한성대 석좌교수·전 국회입법조사처장
 
권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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