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통신회사는 고객이 많지만 접점은 약합니다. 고객들은 빅테크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접점으로 보고 있죠. AI컴퍼니로서 직접 고객과 접촉하고, AI서비스를 잘하게 되면 고객과의 인게이지먼트(관여) 확보도 충분히 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MWC2023 개막 하루 전인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공지능(AI) 경영을 가속화하겠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빅테크 서비스에 빼앗겼던 고객 인게이지먼트 부문도 AI 서비스를 통해 다시 되찾아오겠다는 겁니다. 점유율 3%밖에 안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검색 점유율 80%를 웃도는 구글의 아성을 공격할 수 있는 것도 AI 시대에는 가능하다며, AI 퍼스트 경영 전략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AI를 모든 곳에(AI to Everywhere)'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사진=SK텔레콤)
챗GPT에는 없는 감성대화 에이닷, 텔코 기업과 협업해 글로벌 진출
AI 퍼스트 경영 전략 일환으로 지난해 5월 선보인 AI 서비스 에이닷은 글로벌 진출을 추진합니다. 유 대표는 "국내에서 내실을 다지고 해외 진출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한 이후 세상이 빨라지고 있다"며 "이번 MWC를 계기로 글로벌 통신 기업들과 얼라이언스를 구축해 글로벌 진출에 나서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단순히 에이닷을 해외 시장에 내놓는 것이 아니라 현지 통신기업과 공통 플랫폼을 만들고, 현지 언어와 현지 서비스를 결합시키겠다는 구상입니다. 일종의 글로컬(지역 특성을 살린 세계화)을 추진하겠다는 얘기입니다. 국내에서 잘해도 글로벌시장에서 스케일에서 밀려 생존에 한계를 맛봤던 것도 얼라이언스를 통해 극복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는 "원스토어도, 웨이브도 해외에서 쉽지 않았는데, 통신기업 얼라이언스 통해 글로벌 서비스 규모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에이닷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홍보모델. (사진=SK텔레콤)
챗GPT와 제휴하면서 에이닷의 성장과 발전도 이루겠다는 방침입니다. 유 대표는 에이닷의 강점으로 감성대화를 꼽았습니다. 여기서 감성대화란 오래 전에 대화했던 내용 중 중요한 정보를 별도의 메모리에 저장해두고, 사람이 마치 뇌 속에서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 내듯이 대화 중에 활용할 수 있는 장기기억 기술을 일컫습니다. 개인화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감성대화이자 챗GPT와 차이점인데, 여기에 챗GPT와 제휴를 통해 지식대화까지 유창하게 소화하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에이닷이 잘만 만들어진다면 다양한 비즈니스모델(BM)은 따라올 것이라는 게 유 대표의 지론입니다. 그는 "역할을 잘한다면 구독료든, 광고방식으로 커머스 BM을 만들든 높아진 관계 속에서 소비자들의 지불 의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당장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에이닷은 가입자 100만명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싸이월드로 변신 중인 이프랜드…종착역은 아이버스
잘키운 에이닷을 통해 유 대표가 또하나 목표로 하는 것은 AI와 메타버스를 결합한 '아이버스'입니다. 아이버스 개념은 지난해 CES에서 유 대표가 내놓은 내용으로, SKT 2.0에 포함된 5대 사업군 중 하나입니다. 에이닷과 메타버스 플랫폼인 이프랜드를 결합해 아이버스 세계를 만들겠다는 내용입니다. 유 대표는 "가는 길이 다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메타버스와 AI가 결합되면서 아이버스가 만들어질 것이라 여전히 믿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이프랜드도 진화합니다. 오는 4월 나만의 공간에서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기능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내맘대로 꾸미는 나만의 3D 공간, 서로 초대하는 SNS 등을 넣어 메타버스식 싸이월드를 만들겠다고 자신했습니다. 이번 MWC에서 유럽의 도이치텔레콤, 북미의 T모바일, 아시아의 악시아타, 셀컴디지 등 글로벌 통신사업자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해외 진출도 지속 추진합니다.
산업(AIX) 'K-AI 얼라이언스' 파트너십
다양한 산업의 인공지능화인 AIX도 AI 경영 확장을 위해 유 대표가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현재 국내의 유망한 파트너들과 함께 인프라·하드웨어, 기반 기술, 응용·서비스 영역에서 협력하고 있는데, 'K-AI 얼라이언스'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보안, 헬스케어, 광고, 스마트팩토리, 업무용 솔루션 등 사업영역을 지속 확장해 나가겠다는 목표입니다. 이번에 구축한 K-AI 얼라이언스에는 SKT 외에 팬텀AI, 사피온, 베스핀글로벌, 몰로코, 코난테크놀로지, 스윗, 투아트 등이 포함됐습니다. 유 대표는 "우리나라에도 AI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아직 미국이나 중국에 비하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에서 AI 잘하는 사람 절반 이상을 K-AI 얼라이언스로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왼쪽부터) 조형기 팬텀AI 대표, 류수정 사피온 대표,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안익진 몰로코 대표, 양승현 코난테크놀로지 CTO, 이주환 스윗 대표, 조수원 투아트 대표. (사진=SK텔레콤)
유영상 대표는 이러한 AI 사업전략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AI를 모든 곳에(AI to Everywhere)'를 거쳐 '모두를 위한 AI(AI for Everyone)'라는 비전까지 실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는 "AI to Everywhere 전략 달성을 위해 우리가 갖고 있는 AI 역량의 실체를 고객의 일상에 구현하도록 하겠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이를 통해 모든 고객이 AI를 누릴 수 있는 AI for Everyone의 세상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바르셀로나=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