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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꽃들에게 희망을
입력 : 2023-02-28 오전 6:00:00
무려 4년 만에 대면 입학식이 다시 열리고 있습니다. 우선 모든 입학생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학교라는 테두리와 상관없이 새로운 출발선에 선 모든 청년들의 앞날을 뜨겁게 응원합니다. 청소년기를 벗어나 어엿한 성인이 되신 여러분은 모두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미래의 주역입니다.
 
그런 여러분에게 기성세대로서 한 가지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지지와 격려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지만 나이가 들면 걱정이 많아지는 점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두 교황 The Two Popes>(페르난도 메이렐레스, 2019)이라는 영화를 보셨는지요? 얼마 전 선종하신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과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케미가 돋보이는 작품인데요. 교황님 두 분이 주인공이지만 종교영화가 아니라 화해와 화합에 관한 영화랍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이 전통적인 교회법을 지키려는 보수적 인물이라면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교회의 변화와 개혁을 선도하려는 진보적 인물이에요.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에서 접전 끝에 베네딕토 신부님이 성좌의 주인이 되는데 몇 년 후 그는 돌연 사임을 표명합니다. 그리고는 프란치스코 신부님에게 차기 교황이 돼달라고 간곡히 청합니다. 프란치스코 신부님의 면전에 대고 “말하는 거나 생각, 행동 대부분 동의하지 않소”라고 말하면서도 베네딕토 교황님은 프란치스코 신부님을 존중하고 신뢰하며 사랑했던 것입니다. 
 
보수와 진보. 전통을 보전하여 지키는 것과 변화와 발전을 지향하는 가치 중에 어느 한 쪽만 옳은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둘은 모두 우리 사회에 똑같이 필요한 가치이며 기실 시비(是非)를 가릴 수 없는 가치중립적인 단어입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인식 속에 이 단어 중 어느 하나라도 정서적 거부감이 든다면 이미 여러분은 기성세대의 나쁜 행태에 익숙해져 버린 겁니다. 어느 개인 혹은 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게 이 단어를 오용하거나 왜곡시키는 행태요. 정치인들이 대표적입니다. 그들의 언행을 똑같이 반복하는 지지세력들도 문제이지요.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습니다. 품위와 품격과는 거리가 먼 기성세대들을 보며 자란 탓에 어느새 청년들도 갈등과 분열의 언행을 서슴지 않습니다. ‘틀딱’, ‘꼰대’ 등으로 대표되는 세대갈등, ‘한남’, ‘김치녀’ 등으로 구분되는 젠더갈등이 이미 청년 세대에 만연해 있습니다. 네, 물론 원인은 기성세대에게 있습니다.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20대는 수직적 깊이보다 수평적 넓이를 확장하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넓이는 다양성과 연결됩니다. 이미 세상은 다원주의 사회가 되었지요. ‘정상성’ 혹은 ‘당연함’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나와 타자들>에서 이졸데 카림은 “다양성은 기분 좋은 공존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다양성은 타자의 변화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정체성도 바꾸기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귀찮고 불편한 일입니다. 그러나 공존과 상생, 화합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가치입니다. 여러분의 세상에서는 그 가치들이 공기처럼 존재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최소한 여러분들끼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셔야 합니다.
 
“영혼의 보청기가 필요한 것 같소.”
“장벽이 아니라 다리(bridge)가 필요합니다.”
 
영화에서 두 교황님이 차례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이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을 위해 미리 고민하시고 답을 알려주신 것 같아요. 그러니 꼭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제 곧 봄이군요. 어여쁜 어린 생명들이 펼칠 잔치도 기대되지만 막 20대를 여는 여러분의 미래가 더욱 가슴을 들뜨게 합니다.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다운 여러분의 찬란한 비상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이승연 작가
 
권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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