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산업. (사진=픽사베이)
수습기자가 되면 언론진흥재단에서 2주간 교육을 받게 됩니다. 내용은 기자윤리나 기사쓰기 방법, 선배 기자들의 노하우 등 다양합니다. 현재 교육 8일차에 접어들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야마’를 꼽자면 바로 ‘기준’입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이때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지는 기자마다 기준이 다르다고 합니다. 선택과 기준, 그 사이에는 시간이라는 제한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간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미디어 환경을 짚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이라는 말은 이제 상투적일 정도로 관용어구가 됐습니다. 이런 미디어 환경에서 언론산업은 사양산업이라고도 불리기까지 하는데요. 한때 종이신문을 가장 열심히 보는 사람들은 기자지망생들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기자지망생들을 위한 신문이라니, 아이러니하죠.
수습기자로서 말하자면 그래도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 이유는 ‘텍스트’는 지지 않을 거란 믿음 때문입니다. 포털을 통한 뉴스는 아직도 읽힙니다. ‘종이’는 지고 있지만 ‘글’은 여전한 거죠. 2019년만 하더라도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자 200만명이 넘는 언론사는 많지 않았는데요.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500만 이상 구독자를 확보한 언론사는 6곳, 400만 이상 구독자를 확보한 언론사도 13곳에 달합니다. 네이버 메인 방문자 중 60% 이상이 언론사 편집판을 방문합니다. 평균 7개의 언론사를 구독하고 있고요.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수많은 정보가 유통돼도, 수십, 수백명의 인력들이 공들이고 검증해서 제작한 기사는 확실히 다를 거란 인식이 여전하다는 증거로 보입니다.
언론사들이 속보경쟁과 같은 양치기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하며 자신만의 색채를 찾아 나가는 이유입니다. 질좋은 콘텐츠에는 독자들이 절로 찾아오고, 그렇게 찾아오는 독자들이 결국 언론산업 수익모델의 미래라는 인식 때문이죠. 일례로 뉴욕타임스는 이미 12년전에 디지털전환을 위해 디지털 뉴스에 요금을 부과했습니다. 광고수입에서 구독수입으로 전환한 거죠. 1000여명이었던 편집국 인원을 두배로 늘렸습니다. 광고부문 인력을 줄이는 대신 IT개발자를 대거 채용했습니다. 외신의 디지털 퍼스트는 실질적인 구조의 변화가 동반된 셈입니다.
언론산업은 왜 어려울까요. 일례로 핀테크 산업이 급성장한 은행을 볼까요. 디지털 전환을 위해 IT개발자 모시기 열풍이 한창이었습니다. 인터넷은행뿐만 아니라 시중은행, 카드사까지요. 물론 은행원에게 개발을 시킨다거나 하진 않았지요. 변화의 중심에 서야 할 언론사는 어땠을까요. 언론사에서 개발자를 모시기 열풍이 불었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습니다. 혁신의 축이어야 할 뉴미디어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영상제작을 비정규직 인력에만 맡겨 문제가 되는 한편 기자의 업무 과중이 문제가 되기도 했죠. 기성언론은 지면 중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고, 뉴미디어 스타트업은 자본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기자는 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하루에 한 건, 지면에 출고되는 신문을 만들고, 방송 뉴스를 제작하면 됐던 과거의 신문·방송 기자와는 다릅니다. 지면에 출고되는 기사 외에도 온라인으로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고요. 일부 회사는 뉴미디어팀을 따로 편성해서 기자가 영상을 기획하거나 직접 출연하기도 합니다. 제가 있는 뉴스토마토는 지면기사와 방송뉴스를 하루에 기자가 모두 제작하는 1인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적용 중입니다.
분초를 다투는 환경에서는 윤리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전에 선택을 해야할 겁니다. 그때 중요한 것이 아마 기자 개개인의 ‘기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해외의 어떤 기자는 자신의 기사를 출고가 되기 전에 모두 취재원에게 보여줬다고 합니다. 설사 취재원에게 비우호적인 기사일지라도요. 티끌만큼의 책도 잡히기 싫은 거죠. 자신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 정보를 술술 말하는 취재원에게 오히려 주의를 당부하는 기자도 있고요. 기자는 취재원을 보호하고 윤리를 지키기 위해 모두 각자의 기준에 따라 행동합니다.
짧다면 짧은 2주 동안의 수습기자 연수이지만, 이 기간 동안 배운 윤리적인 고민은 계속해서 저를 따라다닐 것 같습니다. 기자로서 우선순위로 삼을 기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해나가야곘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