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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LG 신수종 배터리, 중국발 공급과잉 우려
배터리 3사 재고 증가…타이트한 수급기조 전환
입력 : 2023-03-06 오후 3:33:50
LG에너지솔루션과 혼다가 배터리 합장공장 착공식을 연 모습. 사진=LG에너지솔루션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삼성, SK, LG 등 주요 그룹 신수종 산업인 배터리에 대해 중국발 공급과잉 우려가 점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말 배터리 3사 재고는 크게 증가했습니다. 전기차 판매 확대로 인한 매출 영향도 있지만 업계에선 타이트했던 재고 상황이 달라졌다고 전합니다. 설비투자를 대폭 늘렸던 중국산 배터리가 해외 완성차에 채택되면서 시장 내 공급량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삼성SDI 재고는 3조2045억원입니다. 연초 2조4873억원보다 크게 증가했습니다. 매출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매출채권 등 외상판매가 늘어나는 등 재고가 커진 부담이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재고도 연말 6조9956억원으로 연초 3조8958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재고증가율(79.5%)은 동기간 매출성장률(43.3%)을 초과합니다. 전기차 판매 확대로 양사 실적이 개선됐지만 연말로 갈수록 재고부담도 커진 형편입니다. SK온의 경우 매출이 616% 커지는 동안 영업이익 적자폭이 215.9% 확대됐습니다.
 
테슬라가 애호하는 중국산 배터리
 
업계는 세계 선두권인 CATL, BYD를 비롯해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최근 수년간 설비투자를 확대해온 여파가 시장에 서서히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동안 중국산 배터리는 자국내 수요 충족에 바빴지만 점점 해외 진출도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해외 완성차들이 중국산 배터리 채택량을 늘리며 공급경쟁이 과열되는 구도입니다.
 
지난해 배터리 수급은 전반적으로 빠듯했지만 해를 넘기면서 공급 부족이 해소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올 하반기쯤에는 완성차와 제조사 보유 재고량이 늘어나 공급과잉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공급경쟁이 과열돼 업종 후순위 업체들이 시장에서 대거 퇴출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라며 “제조사들이 혹독한 생존경쟁을 치를 것을 각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연말을 전후해 재고상황이 달라진 데는 글로벌 전기차 보조금 제도 변화도 영향을 미친 듯 보입니다. 올 1월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동월대비 11% 증가한 120만대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지역별로 편차가 컸습니다. 미국이 75% 급성장했고 유럽이 3% 성장률로 둔화됐습니다. 중국은 –6% 역성장했습니다. 미국이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시작한 반면, 유럽과 중국이 올해부터 보조금을 축소한 탓으로 분석됩니다. 유럽과 중국 내에서는 보조금 삭감을 앞두고 재고량을 조정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조금이 늘어난 미국에선 IRA 규제선에 맞추기 위해 신규 투자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이는 역내 생산이 증가해 경쟁이 심화될 요인으로 연결됩니다. 중국산 배터리는 국내산에 비해 기술력이 낮은 것으로 취급돼 왔지만 가격이 저렴합니다.
 
중국과 구분되는 국산 리튬이온배터리 특성은 양극재입니다. 중국은 리튬인산철(LFP)을, 국산은 삼원계정극재(NCM)를 씁니다. NCM은 에너지효율이 뛰어나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려줍니다. LFP는 상대적으로 주행거리가 짧지만 가격경쟁력이 NCM보다 높습니다. 완성차들은 기존에 NCM을 선호했지만 더 저렴한 전기차를 개발하기 위해 LFP 채택 모델을 늘렸습니다.
 
테슬라가 대표적입니다. 테슬라는 모델3와 모델Y 등의 배터리를 LFP로 전환했습니다. 테슬라에 LFP 배터리를 제공해온 업체는 중국업체이자 글로벌 1위인 CATL입니다. 테슬라는 동시에 NCM을 사용하는 장거리 주행 모델도 유지하면서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시장분석기관들은 이러한 완성차들의 전략 변화에 따라 LFP 배터리의 시장 점유율이 당초 예상보다 증가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심지어 국내 LG에너지솔루션도 테슬라와 LFP 배터리를 합작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글로벌 완성차들과 전기차 가격경쟁에 불을 붙인 테슬라는 LFP 배터리 채택량을 더 늘릴 방침도 최근 시사했습니다.
 
완성차에 휘둘리는 배터리 가격구조
 
삼성SDI와 일본 토요타 등은 이러한 중국산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게임체인저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고체배터리 역시 폭발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 목적 외에도 완성차들은 전기차 가격경쟁력을 제고할 수단으로 여깁니다. 기본적으로 완성차에 종속되는 차부품산업의 특성상 배터리 역시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회의적 반응이 나옵니다.
 
NICE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배터리 기업들이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연달아 발표했지만 재무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외견상 재무비율이 양호한 수준이나 유상증자에 따른 자본확충 효과가 크다는 분석입니다. 그러면서 작년 3분기까지 배터리 3사 합산 잉여현금흐름 적자 규모가 10조원에 이른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재무부담 증가의 근본 원인으로 급증하는 설비투자와 높은 운전자금 부담, 낮은 수익성을 꼽았습니다.
 
박종일 NICE신용평가 연구원은 “대규모 투자가 선행되는 장치산업 성격을 가졌음에도 디스플레이, 반도체 산업 등과 비교 시 수익성이 낮다”라며 “일시적으로는 대규모 투자 지속에 따른 가동률 영향과 해외 거점 확대에 따른 수율 이슈 등이 주요 원인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사업이 안정화되더라도 기본적으로 자동차부품사업 성격상 두 자릿수 EBIT 마진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한편, 미국내 신규 투자 경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최근 삼성SDI가 미국 GM과 최대 5조원 규모 합장공장 투자를 예고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혼다와 미국 배터리 공장 첫삽을 떴습니다. 총 투자금액은 44억달러로 양사가 절반씩 부담합니다. 한쪽에선 테슬라가 기가팩토리 멕시코 공장을 3개월 내 착공할 계획입니다. 생산 품목은 착공식에서 공개합니다. 멕시코 공장 부지는 기존 텍사스 기가팩토리 부지의 두배 크기입니다. 테슬라가 내재화하기 위해 직접 생산하는 배터리 소재는 국내 배터리 3사에도 위협적입니다.
 
전시회 부스에서 삼원계 배터리(NCM)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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