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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활성화인가 환경 난도질인가…우후죽순 케이블카 '설치붐'
전국 10여 곳, 케이블카 설치 거론
입력 : 2023-03-14 오전 5:00:00
 
 
[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환경당국이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허용하면서 전국 다른 명산의 케이블카 설치 논의도 불붙고 있습니다. 관광 목적 등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사업 추진을 밀어붙이고 있어 환경단체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13일 전국 각 지자체에 따르면 서울 북한산, 광주광역시 무등산, 경북 영주 소백산, 충북 보은 속리산, 대구 팔공산, 대전 보문산, 부산 황령산, 문경새재, 영남알프스, 인천 강화도 등 전국 10여 곳에 케이블카 추진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경상남도는 2019년 환경부의 반대로 중단됐던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의 재추진을 공개적으로 시사했습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선진국의 경우 케이블카를 설치해 환경 보존과 관광객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며 "중앙정부에 다시 설치를 건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충북 보은군도 속리산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서울 도봉구 역시 북한산 케이블카 설치를 검토 중입니다. 
 
대전시는 민자를 유치해 보문산 일대를 케이블카와 전망대, 워터파크, 가족형 콘도가 결합한 체류형 휴양단지로 만들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광주에서도 무등산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광주시민사회단체총연합과 무등산케이블카 범시민운동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무등산 케이블카 설치를 촉구했습니다.
 
환경부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조건부로 허용하면서 전국의 다른 명산에도 케이블카 설치 논의가 불붙고 있습니다. 사진은 설악산국립공원 외설악. (사진=뉴시스)
 
무등산 자연환경보존 케이블카 설치 범시민 운동본부와 광주 시민사회단체 총연합은 "케이블카는 자연훼손 면적이 작고 소음·배기에 의한 환경파괴가 거의 없는 친환경 천혜의 이동수단"이라며 "친환경공법을 이용해 자연 훼손을 최소화한다면 무등산 케이블카는 환경도 지키면서 관광 활성화를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의미 있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케이블카를 추진해 온 지자체나 업체들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결정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들은 케이블카를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보고 있습니다. 장애인과 어린이, 노약자 등이 접근하기 쉬워지는 만큼, 수많은 이용객이 몰려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그러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추진 결정 이후 전국 국립공원의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케이블카의 경제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경 피해만 불러올 것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습니다.
 
설악산 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측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허가한 환경부는 파렴치한 집단"이라며 "환경부에 더는 국립공원의 내일을 맡길 수 없다. 오늘의 설악산을 시작으로 전국 국립공원 개발 빗장이 열릴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설악산은 국립공원이자 천연보호구역, 세계자연유산, 백두대간 보호구역,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서 보호받는 지역이라면서 "설악산이 무너지면 다른 곳까지 무너진다"고 우려했습니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자연환경 변화에 민감한 종, 즉 멸종위기종들은 작은 변화에도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그 안에 기계·장비가 들어가는 순간 멸종 위기종은 굉장히 위험해진다"면서 "설악산 케이블카 하나가 설악산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설악동 케이블카 조성 이전 등산로에는 에델바이스가 꽉차 있었는데 지금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케이블카를 사회적약자를 위해 개발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산은 거의 모든 곳을 차량으로 다 볼 수 있다. 현재 있는 곳들은 사업성이 다 했으니 다른 곳에 만드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며 "산양 등 멸종위기종들이 살아가기 위해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는 넓은 면적을 확보해 줘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환경부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조건부로 허용하면서 전국의 다른 명산에도 케이블카 설치 논의가 불붙고 있습니다. 사진은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시위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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