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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불신 보여준 <더 글로리> 동은의 복수
하루 만에 전세계 3위 콘텐츠…그녀의 사적 복수를 응원하는 마음
입력 : 2023-03-13 오후 5:40:11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송혜교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시즌2가 공개 하루 만인 지난 11일 전 세계 콘텐츠 시청 3위(플릭스패트롤 기준)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 세계인들이 <더 글로리>로 밤샘 정주행 릴레이를 보였다는 이야기입니다. 그야말로 흥행 대박입니다. 
 
이 열광의 중심에는 ‘학교폭력’이 있습니다. 학폭 속 가해자는 다양합니다. 직접적으로 학폭을 저지른 박연진(임지연) 패거리는 물론이고 학교, 교사, 가해자 측 부모 등도 연결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의 학폭 문제 대응 방식입니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학폭으로 민족사관학교 강제 전학처분을 받습니다. 학교 학폭위원회에서도 아들의 학폭을 인정하지 않던 정 변호사는 소송까지 제기해 아들의 강제 전학처분을 막으려 애썼습니다. 정 변호사 측은 친구 간의 장난이었다거나, 피해자도 웃어 넘겨 피해를 끼친 줄 몰랐다고 주장하거나, 받아들이기에 따라 학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또 피해자의 피해 호소가 학업 스트레스 등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물을 타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 모든 주장은 다시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됐을 겁니다. 
 
그렇게 정 변호사는 이 사안을 대법원까지 끌고 갑니다. 그 사이, 정 변호사의 아들은 결과적으로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은 셈이 됐습니다. 정 변호사는 막대한 돈을 들여 대법원까지 소송을 진행, 아들이 서울대학교에 무사히 진학할 수 있도록 시간을 끌었으니까요.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연합뉴스)
 
드라마 속 문동은도 경찰이나 소송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습니다. 사적인 복수를 계획해 결국 성공하고 맙니다. 그녀의 복수에 동의하고, 응원까지 하게 되는 이유는 만연한 현실의 한계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정 변호사 아들처럼 부모 잘 만나고 부유하면 아무리 제도가 있다고 한들 진정 벌을 받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더 글로리> 속 또 다른 피해자 윤소희(이소이)가 박연진에게 “나는 더 이상 네가 무섭지 않아. 내가 무서운 건 네가 가진 돈이야”라고 하는 대목 역시 이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문동은과 경찰의 마지막 대화가 참 씁쓸한 이유기도 합니다. 드라마 말미에는 윤소희와 손명오(김건우)의 살인범을 체포한 경찰이 문동은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담당 경찰은 문동은에게 “이 판의 설계자가 당신이냐”라고 묻습니다. 그러자 문동은은 망설이다 이렇게 답합니다. “제 입이 가벼워 말을 하고 다녔는데, 이것도 불법인가요?”
 
제도가 지켜주지 못한 피해자들, 제도를 이용해 사실상 처벌을 피하는 가해자들. 법의 원칙은 어디에 있는지, 합법은 무엇이고, 불법은 무엇인지, 그저 입이 쓰고 또 쓸 뿐입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장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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