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매, 청약, 경매 등 각종 부동산 지표가 회복되면서 '바닥론'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세 시장은 약간 사정이 다릅니다. 오히려 서울의 경우 역전세난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마저 나올 정도죠.
일단 서울 전세 시장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이 문제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58% 하락했습니다.
이는 전주(-0.7%)보다는 내림세가 둔화한 것입니다. 하지만 -0.58%는 꽤 큰 낙폭에 속합니다. 게다가 지난해 1월 31일부터 58주 연속 하락하고 있는 점도, 시장의 반등을 점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히죠.
금리가 좀처럼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점도 전세 시장에는 악재입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최근 수개월간 여러 차례 정책금리를 높이는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전개해왔지만, 여전히 자국 내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서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입니다.
미국 금리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우리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추가 단행 가능성을 열어둘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된다는 것은 전세자금대출 의존도가 큰 세입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치명타로 작용하게 됩니다.
서울 강남권에 대규모 입주 물량이 몰려있는 점도 전세 시장의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강남 전세 시장은 사실상 서울 전체 전세 시장을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3만3338가구로 집계됐습니다. 문제는 이중 27%인 9037가구가 강남권에 포진해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3375가구,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2990가구 등 매머드급 단지들의 입주가 계획돼 있어, 인근 지역은 일시적인 공급 과잉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량 앞에 장사가 없는 셈이죠. 전세 시장이 회복되기에는 이를 둘러싼 대내외 악재가 산적한 상황입니다. 추후 전세 시장의 정상화는 최소 금리 인상이 중단되는 시기에 결정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