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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계 "한국판 SVB 멈칫할까 걱정"
국내도 벤치마킹···은행 개선 TF서 논의
입력 : 2023-03-14 오후 5:20:38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미국발 뱅크런 사태가 국내 스타트업·벤처 생태계에 직접 미칠 영향은 적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지요. 하지만 업계에선 다소 불안한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어찌됐건 투자환경에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인데요. 특히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한국판 실리콘밸리 은행(SVB) 벤치마킹이 멈출까 우려하는 모습입니다. 또한 학계와 신용평가업계에선 결국 안전자산 선호가 높아져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SVB 사태는 미국 정부가 예금 보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14일 국내 벤처투자(VC) 업계에 따르면, SVB 예금 출금은 정상 진행되고 있습니다. VC 업계 관계자는 "저희 투자 기업 일부가 SVB에 예금이 예치돼 있었지만 (예금이) 분산된 회사가 많았다"며 "SVB에서 오늘 아침부터 인출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 스타트업, 매출 등으로 연결된 회사들이 간접적으로 영향 받을 여지는 있겠지만 (영향이)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며 "미국 정부가 예금 전액 보장을 천명해 상당 부분 진화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금융규제 당국의 예금자 보호 조치로 예금 접근이 가능해진 13일 오전(현지시간) SVB 본사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예금 인출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선 SVB식 서비스나 은행 도입 논의가 멈출 수 있어 더 큰 문제라고 이야기 합니다. SVB는 기술산업 관련 투자회사와 기술산업 스타트업 기업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특화된 은행입니다. 기술력은 있으나 경영역량이 부족한 벤처기업에 각종 컨설팅과 행사 유치, 보고서 작성 등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SVB의 2022년 대출은 프라이빗 에쿼티와 VC 회사 대출이 전체의 55.6%이고 기술기업 등에 대한 대출은 23.5%였습니다. 국내에선 기업은행이 'IBK 벤처 대출'로 유망 스타트업에 저리 대출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은행 제도 개선에도 SVB가 참고 사례였습니다. 지난 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제1차 회의에서 SVB 사례가 논의됐습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SVB가 훌륭한 혁신 은행 모델이지만 수만가지 변수 중 하나가 잘못 작동해 일어난 문제"라며 "한국도 여기저기서 이런 혁신 은행을 도입하려고 검토한 것으로 아는데 그런 것이 무산될까봐 더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SVB 모델의 취약성 재고와 안전자산 선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날 코스피는 SVB 파산 여파로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도에 나서며 2.56% 급락 마감했습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SVB 모델 벤치마킹이 위험하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은행은 예대마진이 제일 안전한데 스타트업 대상으로 거래한다는 게 굉장히 위험하다고 판명나, 스타트업 상대로 리스크 테이킹을 하라는 사회·정책적 요구를 다시 살펴볼 계기가 됐다"고 봤습니다.
 
이어 "스타트업·벤처 투자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 자금이 더 줄고 안전자산 쪽으로 많이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전날 보고서에서 "다소 이례적인 사례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와 동시에 가파른 금리상승의 부작용이 금융시장에 스트레스 정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금융시장은 일단 유사한 은행을 찾아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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