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존비즈온을 둘러싸고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봄' 논쟁이 붙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증권사 보고서에 봄은 해빙의 시기, 실적 개선의 개화 시점 등으로 해석해 제목으로 활용합니다.
서로 다른 두 증권사에서
더존비즈온(012510)과 관련해 "봄이 왔다.", "아니다. 아직 이르다."라는 정반대의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더존비즈온 주가는 보고서 발간 시점 기준 일주일 사이에 급등락을 반복하며 천당과 지옥을 경험했습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더존비즈온 주가는 지난달말부터 꿈틀하기 시작했습니다. 28일 장중 5% 가까이 오른 이후 3월 들어서는 첫거래일인 2일 13.37%, 7일에는 13.06%, 9일에는 13.89% 급등했습니다. 급등세를 타던 시점에는 한국거래소에서 스팸관여과다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스팸관여과다종목은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신고된 영리 목적 광고성 전보의 최근 3일 평균신고건수가 최근 5일 또는 20일 평균신고건수 대비 3배 이상 증가하고 거래소가 지정한 기준의 주가 급등이 있는 경우에 지정됩니다. 3월에만 더존비즈온은 3번 스팸관여과다종목으로 지정돼 투자주의 경고를 받습니다.
신한증권 더존비즈온 화면 갈무리
더존비즈온 주가의 촉매로 작용한 것은 신한투자증권에서 발간한 보고서로 보입니다. 지난달 27일 신한투자증권의 오강호, 원재희 연구원은 '지나간 겨울, 봄이 오다'라는 제목의 더존비즈온 보고서를 신규 발간하고 목표주가를 4만7000원, 투자의견은 매수를 제시했습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더존비즈온의 플랫폼 기술 확대에 따른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며 올해가 작년 실적 저점 이후 반등이 기대된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낮아진 현재 주가에서 밸류에이션 매력도 높아진 상태"라면서 "보수적 추정에도 2023년 주가수익비율(PER)은 34.5배로 과거 평균 대비 저평가 구간"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실적 안정화가 이어질 경우 빠른 주가 회복이 가능할 것이란 판단입니다.
더존비즈온에 대한 증권사 호평과 인터넷과 주식커뮤니티 등에서 다양한 실적 개선 가능성에 대한 가설이 회자되면서 주가는 전례없이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3월초 1주일 사이에만 50%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삼성증권 더존비즈온 보고서 화면 갈무리
하지만 더존비즈온의 '봄'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지난 14일 발간된 삼성증권의 보고서 탓입니다. 더불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국내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더존비즈온 주가는 14일에만 23.58% 하락했습니다. 지난 10일(-8.41%), 13일(-5.47%)로 하락 채비를 하던 주가가 전날 직격탄을 맞은 셈입니다.
직격탄은 삼성증권의 보고서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신한투자증권이 기대했던 '봄'이 이른다는 사실상 저격성 보고서를 내서죠.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직은 이른 봄'이라는 신규 보고서에서 더존비즈온의 투자의견은 'HOLD(보유)'와 목표주가 3만원을 제시했습니다. 보고서 발간일 기준 주가가 4만5800원이었던 만큼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낸 것이죠.
오 연구원은 "매출채권 팩토링 사업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으나, 실적 가시화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경기 둔화와 비용 증가 상황이 길어지고 있어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 향후 실적 개선은 글로벌 경기 회복과 스마트A 클라우드 전환, 아마란스10 판매 성과 등에 달려있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두 건의 보고서를 통해 더존비즈온 주가는 천당과 지옥을 다녀왔습니다. 애널리스트의 종목 분석에 대한 시각은 다를 수 있습니다. 개별 기업에 대한 분석이니 만큼 애널리스트 본연의 색채가 묻어날 수 있습니다. 시장을 보는 시각도 다릅니다. 강세장이냐 약세장이냐, 반등의 시작이냐, 침체의 서막이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다만 1주일 사이 급변동한 더존비즈온 주가를 보면 단순히 애널리스트의 엇갈린 의견에 따른 주가 급변동이라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1주일 사이 기업가치가 급변동할 이유는 없으니 말입니다. 보고서 두 건에 놀아났다고 표현하면 과할 지 모르겠지만요...
실제 올해 더존비즈온 실적이 어떻게 나올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봄이 왔을지, 아직 더 기다려야할지. 일단 현재 주가는 지난달 말 수준으로 회귀해서 두 건의 보고서 발간 이전으로 돌아갔습니다. 더존비즈온의 봄이 언제인지 궁금하네요.
최성남 증권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