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실 종사자들이 폐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14개 시·도교육청(서울·경기·충북 지역 제외)의 학교 급식실 종사자 폐암 건강검진 결과를 살펴보면 2만4065명 가운데 6943명(28.72%)이 '폐 이상 소견'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략 10명 중 3명이 폐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폐암이 의심되는 사례는 139명(0.58%)으로 이 가운데 31명(0.13%)이 폐암 확진을 받았다고 교육부는 밝혔습니다.
이는 학교 급식실 종사자들이 튀김이나 구이 등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암 물질인 조리흄에 장시간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환기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학교도 많아 상당수의 급식 노동자들이 조리흄을 들이마시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오래 전부터 관련 문제를 제기했으나 교육당국이 신경 쓰지 않았다고 토로합니다. 정부는 지난 2021년 4월 급식 노동자의 첫 산업재해 사망이 인정되자 부랴부랴 그해 12월에야 건강검진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마저도 정기적인 건강검진 계획이 아니라 일회성에 불과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학교 급식실 종사자들은 높은 강도의 업무를 수행함에도 상당히 낮은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의 기본급은 지난해 기준 186만8000원으로 최저임금인 191만4440원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게다가 올해는 고물가 기조까지 겹쳤지만 교육당국은 1.7% 임금 인상률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학교 급식 현장에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지만 새로 일할 사람은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미향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우리나라의 급식은 다른 나라가 극찬을 하고 직접 와서 배울 정도로 최상위 수준이지만 이는 급식 노동자의 구부러진 손가락과 화상으로 얼룩진 피부, 폐 속에 자라난 암세포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고강도 노동으로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룩하던 산업화 시기가 아닌 2023년 현재의 이야기라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학교 급식 종사자들을 포함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는 31일 총파업을 예고했습니다. 3월 신학기에 총파업을 진행하는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무상급식이 시행되면서 학교 급식실 종사자들은 학생들의 영양과 건강을 책임지는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은 교육당국의 의무입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학교 급식실 시설 개선은 물론 급여 등의 처우도 현실에 맞게 보완해야 합니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14개 시·도교육청(서울·경기·충북 지역 제외)의 학교 급식실 종사자 폐암 건강검진 결과를 살펴보면 10명 가운데 3명이 '폐 이상 소견'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은평구 수색초등학교를 방문해 급식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