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그간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좀처럼 찾기 어려웠던 주세는 극심한 주택 업황 침체, 고금리 기조 지속, 전세사기 우려, 강한 임대인 규제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탄생한 산물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하지만 주세의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전망이 다소 엇갈립니다. 전세의 월세화에 가속도가 붙는 등 임대차 기간이 짧아지는 추세 속에 주세가 새로운 주거 틈새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반면, 전형적인 단기 임대 형태일 뿐 주 단위의 거래가 고착화하기엔 안정성이 떨어져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27일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주세의 등장은 경기 침체, 고금리 여파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임대차 계약의 단기화가 진행되는 데 따른 것"이라며 "특히 금리 상승 시에는 전세가 줄어들고 다양한 임대차 계약 방식의 분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단기 출장에 나서는 근로자들은 호텔보다 저렴한 주세를 더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또 일용 근로자들이 경기 문제로 일거리가 지속되지 않는 경우 주세를 통한 간헐적 거래에 나서는 등, 주세의 활용폭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 시장에서 대세 상품으로 떠오르기는 무리겠지만, 없던 제도가 생겼다는 점이 중요하다. 임차인들에게는 분명 효율성이 있는 거래 형태라고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인해 임대인은 강한 규제를 받고 있다. 또 임차인 입장에서는 개인적 여건에 따라 다양한 계약 형태가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주세의 등장은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조금씩 틈새상품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주 거래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서진형 교수는 "전세사기를 방지하는 데 주세가 효과가 있을 순 있지만, 확정일자를 받을 수 없고 관련 보험상품이 없는 것은 오히려 약점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주세는 도배, 장판, 내부 수리, 임차인 모집 등 주인의 상당한 발품과 관리를 필요로 한다"며 "게다가 보증금이 사실상 없다시피 하니 추후 임대료 미납 시 대응할 방안도 뚜렷하지 않다. 여러모로 임대인이 선호하기 어려운 제도"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팀장은 "임차인 입장에서도 그리 매력적인 제도가 아닌 게, 임대인은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임대료를 높게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또 우리나라는 전반적인 부동산 관련 수금 행태가 최소 주 단위보다는 월 단위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주세가 제도적으로 정착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