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난 28일 한일 과거사를 왜곡한 내용을 담은 초등학생 교과서 검정 결과를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일본 정부가 한일 과거사 왜곡을 강화한 초등학생 교과서 검정 결과를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양국 갈등 현안인 강제동원 문제에서 무리하게 양보했지만 일본은 이에 개의치 않는다는 게 명확해졌습니다.
윤석열정부에 남은 카드는 마땅치 않습니다. 미국을 설득해 일본을 변화시키는 방법과, 민간 차원에서 일본 현지에 역사 왜곡을 바로 잡는 문서를 발간·확산시키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렌가테이에서 오므라이스를 먹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한 지 불과 12일 만에 상황이 뒤바뀌었습니다. 일본이 28일 한일 과거사를 왜곡한 내용을 담은 초등학교 교과서 149종 심사 결과를 발표하자, 외교부와 교육부는 즉각 비판 입장을 내면서 반발했습니다. 역사 왜곡에 대한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관련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입니다. 윤 대통령은 29일 오전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한일관계 개선 등으로 코로나로 크게 타격받은 음식, 숙박 분야의 소비와 관광을 팬데믹 이전으로 되돌릴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데 그쳤습니다.
윤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이번 교과서 검정 결과는 일본이 한국과 관계 개선에 진정성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남기정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교수는 “윤 대통령은 일본도 한일관계 개선을 바란다고 했지만, 기만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일본은 윤석열정부가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빼 점을 거론하면서 면죄부를 줬다고 주장하면, 한국으로선 대응하기 버거워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실제 윤석열정부 이후 강제동원 문제는 더욱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됐습니다. 윤석열정부의 정부의 공식 항의조차 힘을 잃은 모습도 보였습니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전날 본 교과서 검정 결과 이후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구마가이 총괄공사는 “한국의 지적은 맞지 않다”며 무엇이 문제냐는 태도를 취했습니다.
일본은 지난 2014년 교과서 기술 지침을 발표, 당시 교과서 집필에 대한 자율성을 제한하고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도록 했습니다. 이후 이런 기조를 반영해 지난 2021년 교과서에는 강제동원을 아예 부인하는 내용이 담겼고, 전날 이런 기조를 더욱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한 겁니다. 윤석열정부의 제3자 변제안이 한순간에 일본의 태도 변화를 이끌 수 없다는 평가가 강한 이유입니다.
남은 카드는 미국과 민간 차원의 노력입니다. 하지만 이조차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우선 미국은 북한·중국·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3국 협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금과 같이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져 한일 양국이 갈등 국면으로 돌입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장은 “미국 설득 카드가 남아있지만,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들어 한일 문제에 개입한다는 입장이 아니라 가능성이 높지 않다”라고 전망했습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또 다른 카드는 민간 차원에서 역사 왜곡을 바로 잡는 문서를 만들어 알리는 것”이라며 “예전에는 이런 활동을 하는 한일 시민단체들이 많았고 일본 국민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