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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탕 다 챙겨도 회복이 안돼"
입력 : 2023-04-04 오후 5:15:43
'44분'. KT 주주총회에서 의장이 폐회를 선언하기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발언권을 달라고 목소리를 키우던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주머니는 발언권을 얻지 못한 채, 주총장 한켠에 마련된 사탕을 한 움큼 쥐었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모여들자 "이 사탕 다 챙겨도 원금 회복이 안돼"라며 하소연했습니다. 
 
최근 만난 통신 관련 중소기업 회사 관계자는 주가가 요동치는 날에는 20~30분씩 회사 괜찮은거냐, 내 돈은 어떻게 되는 거냐 등 통화를 하는 건 예삿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나이가 있으신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이 회사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 주가에 대해 물어보는 일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제41기 주주총회장. (사진=뉴시스)
 
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주식의 등락이 있을 때 줄곧 듣는 이야기입니다. 오르는 주가는 온전히 본인의 몫인 만큼 떨어지는 것 또한 개인이 가지고 가야 할 짐이라는 것입니다. 회사 분석을 통해 확신을 가지고 투자한 개인투자자들도 있을 것이고, 이거 확실히 오른다라는 소문에 투자를 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유가 어찌 됐든 개인이 선택을 한 것이고, 투자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개인주주들이 있는 상장사라면 회사의 주가가 개인의 책임에 있다고 여기기보다는 이들의 피와 땀이 하나둘 모여 회사의 투자금이 되고, 시가총액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무겁게 생각해 볼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시간 관계상 발언권을 줄 수 없었다고 제지하기보다는 일년에 한번, 회사와 소통하기 위해 찾아온 주주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상장사로서 주주들에게 회사의 방향성을 공유하고, 계획을 공유하고, 이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기업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온라인 주총을 늘려 현장에 직접 가기 어려운 주주들을 배려할 필요성도 있어보입니다. 
 
물론 주총을 방해하는 이른바 주총꾼이 몰려 들어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지만, 주총꾼으로 단정을 짓고 계획된 대로만 주총을 마무리 짓기보다는 오죽하면 주총장까지 와 사탕을 챙겨가는 것인가 그 이면을 바라보려는 노력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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