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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인택 기자]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미국 애리조나에 원통형 배터리와 ESS(에너지저장장치) 전용 LFP 배터리 공장에 7.2조원 투자를 결정한 것과 관련해 엇갈린 시선이 눈길을 끈다. 재무부담 우려가 확대되는 한편, 전기차를 비롯한 배터리 시장 성장성이 뚜렷하고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뒤섞이고 있다. 북미 공장 완공 시기와 램프업 기간까지 버틸 수 있는 체력이 관건인데 LG엔솔 측은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입장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엔솔은 지난해 1월27일 단군 이래 최대 IPO라는 수식을 달고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했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조달한 금액만 10조원이 넘는다. LG엔솔은 전기차 시장의 거대한 잠재력과 그에 따른 공장 증설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결과적으로 경쟁사대비 기민하게 움직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원통형 배터리.(사진=연합뉴스)
LG엔솔은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 통 큰 투자를 결정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리크에 원통형 배터리와 ESS 전용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7조2000억원 투자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승인했다. 각각 2025년,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원통형 배터리 27GWh 공장 건설에 4조2000억원, ESS LFP 배터리 16GWh 공장에 3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유례없이 가파른 투자 속도…현금흐름 적자 폭 커져 재무부담 우려
투자 확대의 결정적 요인은 수요처들의 요구가 가속화된 탓으로 보인다. LG엔솔 이창실 CFO는 2022년 실적발표에서 "고객 수요 대응 증설로 2023년 설비투자(CAPEX)가 전년대비 5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애리조나 대규모 투자 배경을 뒷받침한 셈이다.
자금 조달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ESS용 LFP 배터리 공장의 경우 본사 차원에서 1조5000억원이 분할 출자될 예정이며 절반은 본사가 채무보증을 서는 형태로 애리조나 자회사가 현지 조달할 계획이다. 원통형 배터리 역시 현금출자, 현지조달 및 채무보증 형태로 조달할 계획이다. 자금 납입은 원통형 배터리 공장이 2026년 2월28일까지, LFP 배터리 공장은 2026년 3월31일까지로 기한 내 분할 납입 방식으로 수년에 걸쳐 투입돼 단기적 부담이 크지 않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LG엔솔은 IPO를 통해 자본확충이 이루어짐에 따라 2022년 부채비율은 86.0%로 전년대비 85.8%포인트, 순차입금의존도는 5.7%로 18.2%포인트 줄며 크게 개선됐다. 유동자산은 18조8043억원으로 97.2% 급증함에 따라 유동비율도 2021년 100.7%에서 2022년 164.3%로 개선되면서 재무적 안정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대규모 유상증자가 없었다면 2차전지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큰 폭으로 저하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다만, 연달아 대규모 CAPEX 투자를 결정하면서 현금흐름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잉여현금흐름은 -2조4787억원에서 -6조8591로 적자가 확대됐다. 매출채권이 2조1298억원, 재고자산이 3조1394억원 증가하는 등 현금이 즉시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활동현금흐름으로 6조2593억원이 빠져나간 탓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2021년 9786억원에서 2022년 -5798억원으로 전환한 탓에 대규모 투자 가속화에 대한 지속가능성과 재무부담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박종일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2차전지 기업들의 재무부담이 확대되고 있으며 2024년까지 현금흐름 적자가 36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무부담 증가의 원인으로는 ▲투자 속도가 유례없이 가파르고 ▲운전자금 부담이 높으며 ▲수익성이 낮은 점을 꼽았다.
실적개선 추세 긍정적…IRA 보조금 혜택도 기대
빠른 속도로 현금 유출이 일어나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을 비롯한 2차전지 산업 성장성이 뚜렷하고 LG엔솔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없다는 반대 시선도 있다.
LG엔솔 매출은 2020년 1조4611억원, 2021년 17조8519억원, 2022년 25조5986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영업이익도 2020년 -4752억원 적자를 기록했으나 2021년 7685억원으로 흑자전환, 2022년 1조2137억원으로 늘어났고 영업이익률도 각각 -32.5%, 4.3%, 4.7%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22년 말 수주잔고는 385조원에 달한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애리조나 공장의 주요 수요처는 테슬라를 비롯한 다수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거론되고 있다.
북미 투자 확대에 대한 부담도 경쟁사 대비 충분히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엔솔은 완성차기업들과의 JV 설립에서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GM과의 JV인 얼티엄셀즈는 이미 작년부터 1공장 가동을 시작했고 스텔란티스,
현대차(005380), 혼다, 포드와도 JV 설립을 추진하면서 CAPEX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시간 단독 공장과 얼티엄셀즈 램프업 과정에서 습득한 노하우로 공장 초기 가동 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 IRA 관련 세부지침이 미국 증설 규모 확대를 부추긴 것으로 추정된다. AMPC(첨단제조 세액공제)에 의하면 배터리는 셀 kWh당 35달러, 모듈 45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어 CAPA가 클 수록 혜택이 확대되는 구조다. LG엔솔은 법인세 감면 대신 현금으로 수령하는 방안에 대해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에 자문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LG엔솔은 북미 공장 가동률에 따라 2023년 최대 9320억원에서 2025년 4조352억원까지 수령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IRA 혜택에도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북미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지만 2022년 말 기준 실제 가용할 수 있는 생산능력은 미시간 단독공장이 5GWh, 얼티엄셀즈 공장이 10GWh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가에서는 IRA 세부지침이 계속해서 구체화되는 가운데 JV 협력사들과 보조금을 특정 비율로 공유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IRA 보조금을 현금으로 수령할 경우 실제 유입 시기도 2024년 말로 예상되고 있어 공장 완공과 램프업 전까지는 재무부담이 여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이 지속적으로 외국 기업의 수혜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외부 변수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LG엔솔은 북미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전까지 실적 개선으로 버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창실 CFO는 "북미 시장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공급 가능한 배터리 업체는 제한적"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LG엔솔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이익률 자체가 높지는 않지만 지난해 매출 25조원 이상을 달성했다"라며 "북미 공장이 완공되고 투자가 완료될 때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원자재도 직접 광물 광산 채굴 계약을 체결했고 스마트 팩토리 구현으로 지속적인 원가혁신 노력을 이어감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프앤가이드(064850)는 LG엔솔의 2023년 1분기 매출을 8조133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7%, 영업이익은 4549억원으로 76%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