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50억원 뇌물수수 혐의가 1심에서 무죄를 받았을 때, 여론은 예상치 못한 결과라는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사실상 검찰이 곽 전 의원에 대한 재수사를 벌이면서 이전 수사팀의 기소 자체부터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전날인 11일 곽 전 의원과 그의 아들 병채씨 대해 범죄은닉규제법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병채씨에 대해서는 특가법위반(뇌물) 혐의도 적용했습니다.
부실 수사·병채씨 빠진 기소 '비판'
검찰은 2021년 9월29일 당시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4차장 검사를 필두로 17명의 전담 수사팀을 꾸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에 나섰습니다. 당시 검찰은 화천대유자산관리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대장동 개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을 받았다고 의심되는 이른바 '50억 클럽'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곽 전 의원도 수사 선망에 올랐습니다. 대장동 수사 개시 약 두 달도 안 돼 검찰은 곽 전 의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곽 전 의원에게 두 번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의 검찰의 소명이 부족하다며 첫 영장은 기각했으나 두 번째에는 발부했습니다.
그러나 1년여 뒤, 곽 전 의원에 대한 1심 결과는 '무죄'였습니다. 화천대유 직원이었던 아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50억원이 곽 전 의원에게 뇌물로 흘러갔다고 볼 수 없다는 점, 곽 전 부자가 독립적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운명 공동체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 재판부가 밝힌 무죄 사유였습니다.
이는 검찰이 수사를 부실하게 해 놓고 기소부터 지르고 본 것이 아니냐는 비판으로도 이어집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50억 클럽이 거론된 정영학 녹취록의 신빙성이 담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은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이른바 법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많았다"라며 "당시 곽 전 의원이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받았던 게 뇌물이었다면 그 아들에 대한 기소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라고 비판했습니다.
부자 관계로 향하는 검찰 수사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가 1심 무죄를 받을 당시 병채씨에 대한 수사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고형곤 4차장검사를 필두로 하는 이번 대장동 수사팀은 이번 압수수색으로 병채씨에 대한 실제 기소를 이어갈 지도 주목됩니다. 검찰은 이번에 곽 전 의원 부자를 압수수색할 때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새로 적용하면서 아들 병채씨에게는 뇌물 혐의를 추가했습니다.
다만 이번에 곽 전 의원에 대해서는 뇌물 및 알선수재 혐의가 빠졌는데요. 이전 수사팀이 해당 혐의로 이미 기소를 했기 때문에 동일 혐의로 강제수사를 할 수 없다는 이유입니다.
소위 말해 병채씨를 빼고 곽 전 의원에 대해서만 적용한 뇌물 혐의가 무죄 판결로 '무용지물'이 된 겁니다. 법원의 판단에 비판이 들끓었지만 검찰 내부에서도 사실상 이전 수사팀의 수사와 기소 이유가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개편된 수사팀은 화천대유가 직원인 병채씨의 퇴직금과 성과급 등 명목으로 50억원 지급한 사실을 '범죄수익 은닉'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병채씨가 뇌물을 받고, 부자가 함께 이 뇌물을 은닉한 거라며 우회로를 찾은 겁니다. 이 곽 전 의원의 무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만큼, 향후 검찰은 이 둘의 경제적 관계를 들여다 볼 공산이 커졌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금 검찰은 과거 곽 전 의원을 수사한 검찰이 아니다"라며 대장동과 50억 클럽 관련 수사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움을 주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곽상도 전 의원이 공판을 받기 위해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