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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꾸미가 보여준 상처는
벌써 4월…"연초 세운 목표는 지키고 계신가요?"
입력 : 2023-04-14 오후 2:14:40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7 FCI 국제 도그쇼'에서 참가견이 참가견이 견주와 함께 핸들링 심사를 받고 있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우리 집 강아지 이름은 쭈꾸미(주꾸미의 변형·방언)입니다. 볶음으로 먹는 그 주꾸미입니다. 강아지 이름을 소개하면, 다시 되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마 반려견에게 이쁜(?) 이름을 지어주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 집 강아지는 이상한(?) 쭈꾸미란 이름을 가져다 붙여 놓았으니 의아스러운가 봅니다.
 
처음부터 이름이 쭈꾸미는 아니었습니다. 초콜릿색 푸들인 점은 감안해 ‘초코’라는 귀여운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 참 사고뭉치입니다. 갑 티슈를 모두 뽑아 찢어놓지 않나, 아무 곳에나 오줌을 싸지 않나…집안이 쑥대밭이 됐습니다. 
 
더 큰 문제는 쭈꾸미가 우리 집으로 온 첫날부터 자기가 싸는 똥을 먹는 기괴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배출한 똥의 따뜻함을 즐기는 듯한 표정은 당황을 넘어 기겁할 정도였습니다. 이 녀석이 참, 뽀뽀를 자주 해줬거든요. 알고 보니, 똥 먹은 입이었습니다. 이쯤 되니 이 녀석한테 귀여운 초코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분한 마음에 초코 대신 비슷한 발음인 쭈꾸미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똥 먹는 강아지는 파양이 되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 녀석이 똥을 먹는 이유가 가슴 아팠거든요. 쭈꾸미는 군부대가 위치한 산 어딘가에서 태어났습니다. 몸이 약했던 형제들은 태어나자마자 죽었다고 합니다. 그사이 살아남은 쭈꾸미는 한 직업 군인 손에 들려 와, 자랐습니다.
 
이 군인이 훈련을 자주 갔습니다. 한 번 훈련을 가면 수일을 숙소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어린 쭈꾸미는 작은 방에 갇혀 쌓여 있는 사료를 다 먹고 나면, 더 먹을 게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마다 굶주린 배를 채워준 건 쭈꾸미 자신의 똥이었던 것 같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 군인이 어린 쭈꾸미를 많이 혼냈나 봅니다. 주로 검은 옷을 입고 때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다 큰 쭈꾸미가 검은 옷을 입고 있는, 특정 체격의 남성만 보면 공포에 질려 거칠게 짖거든요. 사연을 알고 나니, 똥 먹었다고 혹은 짖는다고 혼냈던 게 미안해지기도 했습니다.
 
그 군인이 버린 쭈꾸미를 데리고 왔습니다. 그럼에도 쭈꾸미는 아직 그 굶주리고 폭행당했던 시간 속에 삽니다. 동물이라도 마음의 상처(마상)는 평생, 온몸에 남는 것 같습니다. 쭈꾸미와 산 이후 '마상 주고받지 말자'가 중요한 목표가 됐습니다. 벌써 4월 중순입니다. 한 해의 1분기를 보냈습니다. 내 목표는 잘 지키고 있는지 되돌아봅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장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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