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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조파괴 등 부당노동행위 적발
2015년부터 노조원 인사 불이익, 노조 탈퇴 종용 등 '노조파괴'
입력 : 2023-04-20 오후 2:58:13
[뉴스토마토 최병호·신태현 기자]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노동조합 소속 직원들에게 인사고과 점수를 낮게 주고, 노조 탈퇴를 유도하는 등 조직적인 '노조 파괴' 행위를 벌이다 적발됐습니다. 문제가 생기자 공장장과 실무진만 처벌을 받았고, '윗선'은 아무런 제재 없이 무사했습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2021년 1분기부터 이 회사 이사로 재직했고, 2022년 8월부터는 대표이사(전략부문)를 맡고 있습니다. 결국 김 부회장도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경남지노위·중노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조원에 인사상 불이익 줬다"
 
20일 복수의 노동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지난 2월1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 A씨가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인사고과를 낮게 받은 것이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2022년 10월 경남지방노동위원회도 해당 사안을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노조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준 게 사실이고, 이는 명백한 문제 소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2021년 5월31일 김동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사가 서울 중구 동대문디지털플라자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에너지세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한화그룹)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중노위 판정서를 보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인 A씨는 2021년 회사의 역량 평가에서 93.1점(100점 만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인사고과는 NI등급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인사고과를 5개 등급으로 분류합니다. 각각 EX(매우 뛰어남), VG(뛰어남), GD(보통), NI(부족), UN(매우 부족)입니다. 인사평가는 대표이사에도 보고돼 결재까지 이뤄졌습니다. 2021년 당시 대표이사는 신현우 사장이었습니다. A씨는 역량평가 점수가 높았음에도 고과가 낮았던 탓에 2022년도 승진에서 탈락했습니다. 
 
평가를 납득할 수 없었던 A씨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습니다. 경남지노위와 중노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A씨가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고 봤습니다. 경남지노위는 지난해 10월 "이 사건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21년 역량고과에서 A씨에게 NI등급을 부여한 것은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임을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중노위도 판정서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A씨에 대해) 최종 평가에서 NI등급을 부여했으나 이에 대한 합리적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했다고 보기 어렵고, A씨가 노조원임을 이유로 행한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라고 했습니다.

2015년부터 조직적인 '노조 파괴'…"금속노조 소속엔 '경제적 타격' 줘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부당노동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4년 말 한화그룹이 삼성테크윈을 인수, 사명을 한화테크윈(2018년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사명 변경)으로 바꾸는 과정에서부터 사측과 금속노조의 갈등이 첨예했습니다. 특히 회사는 2015년 '생산조직 운영 개선(안)'이라는 문건을 만들었고, 생산 관리자인 직장·반장을 금속노조에서 탙퇴시키는 방안을 실행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이 문서는 당시 대표이사인 김철교 사장이 직접 결재했습니다. 사측에 의한 조직적 노조 파괴가 자행됐다는 겁니다.
 
한 노조 관계자는 "2015년 8~12월 쯤 사측의 B팀장이 경남 창원의 제2사업장 소속 파트장들과 간담회를 열었는데, '직장과 반장들과 각각 면담하고, 노조에서 탈퇴를 시켜서 생산에 전념하게 하라', '직장·반장을 노조에서 탈퇴시킨 실적에 대해선 인센티브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는 취지로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5년 '생산조직 운영 개선(안)'이라는 문건을 만들었고, 이것을 바탕으로 생산 관리자인 직장·반장을 금속노조에서 탙퇴시키는 방안을 실행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이 문서는 당시 대표이사인 김철교 사장이 직접 결재했습니다.(사진=뉴스토마토)
 
2016년 3월에는 '차기 교섭대표노조지위 유지 방안' 문건도 작성했습니다. 역시 이를 통해 사내 금속노조 세력의 약화를 도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 286명에게 하위 인사고과를 부여해 논란이 됐습니다. 문건에는 비금속노조 직원들을 우대하고 금속노조 직원에게는 2년 연속 하위 인사고과를 부여하는 등 저성과자로 분류하고 경제적 타격을 주고 평가·급여·승진에서 확연한 격차를 보이도록 하라는 내용까지 담겼습니다.
 
당연히 금속노조원의 경우 인사평가에서 하위 고과(NI등급, UN등급)를 받은 비율이 높았습니다. 연도별로 하위 고과를 받은 비율을 보니 △2015년 금속노조 29%(286명), 비금속노조 15%(483명) △2016년 금속노조 31%(260명), 비금속노조 16%(547명) △2017년 금속노조 25%(141명), 비금속노조 16%(323명) △2018년 금속노조 17%(99명), 비금속노조 6%(65명)  △2019년 금속노조 13%(69명), 비금속노조 7%(73명)로 집계됐습니다. 일부 노조원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연속으로 하위 고과를 받았습니다. 
 
한 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고용형태와 업무 등을 기준으로 금속노조 가입 현황 등을 파악했고, 전방위적인 압력을 가해왔다"면서 "2015년 12월엔 반장 47명 중 25명이 노조를 탈퇴했다"고 했습니다. 2019년 9월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차기 교섭대표노조지위 유지 방안' 문건을 폭로하며 "금속노조를 길들인다며 경비를 지원하는 등 그룹 경영지원실도 개입했다"면서 "삼성보다 진화한 불법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화테크윈(지금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 2016년 초 작성한 '차기 교섭대표노조지위 유지 방안' 문서 중 일부. 사측은 사내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원들의 세력을 축소하고자 인사평가 때 하위고과를 부여하고, 2년 연속 하위고과 부여로 경제적 타격을 주는 것을 기대한다는 등 조직적인 노조파괴 공작을 기획했다.(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조)
 
문제 생겨도 '꼬리 자르기'만…"김동관이 대표 됐지만 '개선될 기미' 없다"
 
더 큰 문제는 사측의 '꼬리 자르기' 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노조 파괴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직원들의 불만이 팽배하자 금속노조는 회사를 고소·고발했습니다. 그러나 창원지방법원은 2019년 4월25일 사측의 팀장 B씨, 상무 C씨, 창원 공장장 D씨 등 3명에 대해서만 죄를 인정했습니다. B씨와 C씨는 벌금 각 1500만원과 2000만원에 처해졌고, D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는 등 처벌 수위도 미흡했습니다. 직장·반장을 노조에서 탈퇴시키는 방안이 담긴 문건은 당시 대표이사가 직접 결재했으나 윗선은 처벌을 피했습니다. 금속노조는 김철교 사장도 고발했으나 검찰은 증거 불충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노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자행된 노조 파괴가 꼬리 자르기로 그친 탓에 부당노동행위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김동관 부회장이 지난해 8월 회사 대표이사가 됐지만, 현장에선 노조에 대한 태도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노사 관계에 대해)딱히 뭘 하는지 체감하는 게 없다"며 "최근 하위 인사고과 비중은 줄었지만, 노조 간부나 열성 노조원 등 특정인에게는 하위 고과를 주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A씨에 대한 인사고과를 다시 하라는)중노위 판정을 회사가 이행하지 않는 중"이라며 "곧 금속노조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해서 다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에서 항공부품을 조립하는 모습.(사진=한화그룹)
 
최병호·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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