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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속 '장애' 읽기)'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
입력 : 2023-04-20 오전 6:00:00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오늘은 여러분에게 발달장애와 관련한 좋은 콘텐츠 3편을 소개해드릴까 해요. 글과 영화, 드라마에서 장애 이슈를 다룬다고 그것이 모두 좋은 콘텐츠는 아니랍니다. 오히려 잘못된 장애 인식의 씨앗을 퍼트리는 ‘교묘히 나쁜’ 콘텐츠도 분명 존재하거든요. 그래서 고르고 고른, 엄선된 작품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그럼 시작합니다. GO!
 
첫 번째 콘텐츠는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입니다. 제가 꼽는 ‘인생 책’이기도 해요. 이 책의 주인공은 자폐인인 루 애런데일이에요.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미래엔 발달장애인이 없어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서죠. 루는 이 시대 마지막 자폐인인 셈이에요. 그런 그에게 선택의 순간이 다가옵니다. 성인 자폐인의 자폐증을 없앨 수 있는 뇌수술이 시행되는 거예요. 루는 고민합니다. 그리고 결심합니다. 두둥. 루는 어떻게 됐을까요?  
 
제가 이 책을 처음 읽은 게 2015년 말이었어요. 그때 받은 엄청난 충격과 떨림이 아직도 생생해요. 당시엔 저도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아들의 자폐를 고칠 수 있는 약이 있다면 시험단계라도 좋으니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그랬던 제가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생각을 바꿨어요. 아니라고. 자폐가 없는 아들은 내가 사랑하는 지금의 내 아들이 아니라고. 나는 지금 그대로의 아들이 내 아들이어서 너무 좋다고.   
 
이 책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 의미에 대해 계속 곱씹어보게 합니다. 저는 거의 한 달을 책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 같아요.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게 근본적인 인식변화를 일궈준 책, 자신 있게 추천하는 ‘어둠의 속도’입니다.  
 
다음으로 추천할 콘텐츠는 엄청 신나고 재미있는 스페인 영화입니다. 하비에르페서 감독의 ‘챔피언스’에요. 한때 잘 나갔던 농구팀 코치 마르코는 어느 날 음주운전을 하고 법정에 섭니다. 판사의 판결은 발달장애인 농구팀에서 사회봉사를 하라는 것. 줄거리만 보면 뻔하다~ 싶은데요. 워워~ 절대로 뻔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미덕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는 데 있어요. 무슨 말이냐면요. 처음엔 관객도 마르코 코치 입장에서 농구팀원들을 바라봐요, 팀원들은 하나같이 이상하고, 괴기하고, 웃겨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이들에게 스며들어요. 처음엔 분명 이상한 발달장애인들이었는데 영화가 끝날 때쯤엔 모두가 그 자체로 매력 있는, 그냥 사람들이에요. 
 
장애인이 아니라 그냥 사람이라니까요! 온갖 장애이해교육에서 외치는 명제를 영화는 강요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안내합니다. ‘챔피언스’는 중학교 이상 각 학급에서 장애이해교육에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일단 재미가 있어서 학생들이 집중을 잘 할 거예요.    
 
마지막으로 추천할 콘텐츠는 넷플릭스 드라마 ‘별나도 괜찮아’입니다. 10대 자폐성 장애 청소년 샘이 “여자친구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이야기가 시작되고 총 4개 시리즈로 구성돼 있어요. 이 드라마에 대해선 이렇게만 소개할께요. ‘미국판 고등학생 우영우’. 무슨 뜻인지는 일단 보면 알게 될 거예요. 자폐인과 그 가족에 관한 가장 현실적인 콘텐츠로 발달장애가 궁금한 모두에게 적극 권장합니다. 
 
오늘은 장애인의 날이에요. 오늘 하루 모든 미디어는 장애인과 장애 이슈를 많이도 다루겠죠. 그렇게 오늘 하루가 지나고 나면, 내일을 맞이한 아들의 삶은 오늘보다 더 나아질까요? 아들이 사는 세상이 내가 사는 세상과 같은 세상이길 바라며…. 올해 ‘장애인의 날’도 아들과 함께 조용히 기념해 봅니다.  
 
류승연 작가·칼럼니스트
 
권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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